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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도주권 방치가 실용외교 아니다 / 최장근

입력 2008. 05. 20. 20:01 수정 2008. 05. 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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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고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국민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광우병 파동에 이어 독도 영토주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5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MB가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했다"는 내용이 게재되면서 포털 검색어 1위로 부상했다. 확고했던 독도 영토주권에 대한 의지가 동요하고 있다.

과거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한국 정부의 오류로 말미암아 마침내 2006년에는 일본이 측량선을 파견하여 한국의 독도 영토주권에 도전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이 국제수로기구에 한국의 독도 해저지명 등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일촉즉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충돌을 피하려는 고육책으로 해저지명 등재를 취하하는 독도 외교의 취약점을 드러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대일성명을 통해 모든 외교시스템을 중지하는 한이 있어도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일본을 비난했다. 그 뒤 일본 정부는 직접적인 독도문제의 언급을 회피하는 등 일본 정부의 도전행위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에 있었다.

그런데 실용외교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와의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되자마자, 일 외무성은 '한-일 신시대'를 표명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무성 홈페이지에 일어·한국어·영어로 새로이 10항목을 추가하고 홍보팸플릿을 제작했고, 지난 19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사회과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고유영토로 명기할 방침을 결정하는 등 오히려 독도에 대한 영토정책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낡은 과제이면서도 현안인 독도·교과서 문제는 다소 일본 쪽에서 도발하는 경우가 있어도 호주머니에 넣어 두고 드러내지 말자"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주일대사관 홈페이지에 독도·동해 표기, 역사교과서 항목이 삭제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정부는 외견상으로는 전 정부의 적극적이고 당당한 독도외교를 철회하고, 소극적인 외교로 선회하고 있는 듯하다.

영토주권과 실용외교는 전혀 별개 문제다. 영토주권을 빌미로 아무리 큰 실익을 얻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주일대사관의 홈페이지에서 왜 독도문제를 삭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 경험을 되살리면 일본은 수십년이라도 도발의 기회를 기다렸다가 도전적으로 국익을 챙기는 것이 변함 없는 일본 외교의 특징이다. 일본은 이명박 정부의 소극적인 독도정책을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이 사후 약방문식으로 "독도 강력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고 하지만, 일본은 한국 대통령을 절대로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전후 60여년 일본의 독도에 대한 태도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한국의 독도정책의 실패와 일본의 도발적인 태도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영토주권은 당당하고 분명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독도는 2차대전에서 일본의 패전으로 연합국이 역사적인 권원(권리의 원천) 위에서 한국영토로 우선 처리해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당당한 한국의 고유영토다. 그럼에도 99년 어업협정에서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하는 독도외교의 실패를 경험했다.

독도는 명명백백한 한국영토로서 국제법상 독도기점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이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방해하려고 줄곧 독도기점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확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강력히 대응해 종전의 잘못된 울릉도 기점 주장을 수정해 독도기점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견지는 이 정부에서도 결코 변할 수 없는 당당한 주권행위다.

최장근 대구대 일본어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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