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요리 잘했는지 아주 맛있네요"

입력 2008. 5. 23. 12:51 수정 2008. 5. 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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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

미국산 LA갈비를 시식중인 뉴라이트단체 회원들

ⓒ 송주민

용산 미8군 부대에서 얻었다는 미국산 LA갈비

ⓒ 송주민

뉴라이트 계열 의사들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23일 새벽 6시 30분, 뉴라이트단체 회원들은 서울 장충동 소피텔앰배서더 호텔에 모여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열었다.

온 국민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정부방침에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뉴라이트 계열 의사들이 '국민불안' 불식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른 새벽부터 특1급 호텔에서 요리해 먹은 '미국산 쇠고기' 맛은 어땠을까. <오마이뉴스>는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시식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격 소개한다.

미8군에서 구한 LA갈비... 몇 개월령인지는 몰라

뉴라이트전국연합·뉴라이트의사연합·대한의사협회 등 8개 단체 70여 회원들은 이날 '광우병에 대한 고찰 및 허와 실'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과 미국산 수입 쇠고기 시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과 이지우 서기관과 보건가족복지부 관계자 등 정부부처 사람들도 함께 했다. 본 행사가 시작되기 20분 전인 새벽 6시 10분경, 엠베서더 호텔 행사장 안 테이블에는 비닐로 싸인 날것의 '미국산 쇠고기'가 놓여 있었다. 이 생고기를 호텔 주방장이 직접 나와 즉석에서 요리한 후 바로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먹는 행사였다.

과연 이 '미국산 쇠고기'는 몇 개월령의 제품일까. 장선호 뉴라이트의사연합 사무처장의 말이다.

"사실 몇 개월 산인지는 잘 모릅니다. 미리 계획된 행사가 아니라 급하게 열린 행사이다 보니까 정확히 파악하고 구하지 못했습니다.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미8군부대에서 유통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얻어다가 시식회를 여는 것입니다."

요리된 미국산 쇠고기는 두툼한 스테이크가 아니었다. 호텔 주방장에게 확인한 결과 'LA갈비'였다.

[시식회] "아주 맛있네요"... 그러나 인기는 '별로'

뉴라이트의사연합 박한성 대표는 "진작 우리 단체에서 이런 행사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눈치보고 하느라 이제야 하게 됐다"며 "보건의료단체 회원들이 다 참여하려 했는데 급박하게 여는 바람에 많이들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의사단체는 참석하기 어렵다고 하고, 수의사단체도 사정상 참여하기가 난처하다고 입장이었다는 것.

박 대표의 인사말이 끝나자 바로 '미국산 쇠고기'가 등장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구워진 LA 갈비가 호텔 종업원들 손으로 배달됐다. 쇠고기는 전체 회원들이 다 먹지는 않고 10명 정도가 대표로 나서 시식에 참여했다.

시식 소감을 묻자 대개 "아주 맛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용진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은 "요리를 잘해서 그런 건지, 고기가 좋아서 그런 건지, 진짜 맛이 괜찮네"라고 말했다. 김동준 뉴라이트의사연합 고문은 "이거 한우 같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 중인 뉴라이트 단체 회원들

ⓒ 송주민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가진 후 테이블에 있는 회원들과 나눠 먹는 모습.

ⓒ 송주민

"아침 시간이라서 잘 안 들어가시는 모양입니다."

사회자인 장선호 사무처장의 말처럼 아침 식사라서 그런 건지, 많이 먹지 못했다. 김종근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나 먼저 간다, 참 28년 뒤에나 증상이 나타난다지?"라며 농을 던진 뒤, "사진 촬영 다 했수?"라고 묻고는 쇠고기를 조금만 먹고 바로 자리를 떴다. 순간 박한성 대표가 "좋은 건데 나눠먹어야지"라고 말하며 회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접시를 옮겼다. 그러나 테이블로 옮겨진 '미국산 LA 갈비'는 그리 인기가 좋지 않았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접시에 남아 있었다.

[특별강연] "세계적인 광우병 '박멸'노력으로 이젠 안심해도 된다"

시식회 후에는 '광우병에 대한 고찰 및 허와 실'을 주제로 특별강연이 시작됐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 신동천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이영순 교수는 '광우병의 발생양상'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인간은 광우병으로 인해 큰 대가를 치렀지만 광우병 발생의 역학적 현상을 잘 관찰하여 그 감염원(변형 프리온)과 감염경로(소는 육골분, 사람은 SRM)를 차단하기 시작했다"며 "드디어 광우병 박멸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소에서 변형프리온은 주로 뇌·신경계를 주축으로 하는 특정위험물질(SRM)에만 존재한다"며 "뇌·척수·눈알·회장원위부·편도 등이 SRM으로 지목되었고 이 부위를 먹지 못하게 엄격히 규제하고나서 사람에게도 광우병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뒤에는 광우병 발생 추이에 대한 차트를 보여줬다.

행사가 끝난 후 테이블에 남아 있는 미국산 LA갈비의 모습. 그리 인기가 좋진 않았다.

ⓒ 송주민

이 교수는 또 "한 가지 우리가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심해도 되는 이유가 있다"며 "변형프리온은 일반 병원체인 세균·바이러스 등과 달리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해서 사람이나 동물체 외에서 단독으로 증식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즉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라 '전달병'이므로 육골분을 사용하지 않는 한 자연생태계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병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이 교수는 변형 프리온의 유래를 설명하며 "우리나라에도 한 해 평균 20여명 정도가 자연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sCJD'와 같은 것이 원래 소에게도 있었지 않았나 하는 설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광우병 발병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상황에서 한두 마리 정도의 광우병이 발생한다 해도 전염병학적 차원에서 본다면 의미없는 수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신동천 교수는 "위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나 지나친 우려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리스크에 내재하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진단하고 다뤄 나가느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의 충분한 대화와 의사소통"이라며 "이해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정부와 국민 모두가 될 수 있다, 광우병 사태도 여기에 속하며 핵 폐기장 설치와 같은 심각한 문제들은 과거에도 겪어 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찬회동은 2시간이 훌쩍 넘어 오전 8시 40분경 끝났다. 박한성 뉴라이트의사연합 대표가 이날 행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오늘 강연을 통해 광우병은 박멸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과다하게 유포된 '굉우병 괴담'을 잠재우고 국민적인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우리와 국민, 나아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단체가 중심이 되어 활동하자."

미국산 쇠고기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조찬 회동에 나선 뉴라이트 단체 회원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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