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중 탈북자가 전하는 北 '감옥' 실상

입력 2008.05.27. 16:47 수정 2008.05.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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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인모 `여기서 34년 아니라 3년도 못견뎌'"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 "인간을 쥐처럼 먹이고 소처럼 일 시키며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인식하는 조선(북한)의 교화소(교도소)야말로 지구상에서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저주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 리준하씨가 북한에서 "어린 시절 우발적인 실수로" 함경북도 회령시 제12호 교화소(일명 전거리 교화소)에 수감됐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펴낸 '교화소 이야기(시대정신 간)'라는 책을 통해 북한 감옥의 실상을 이렇게 전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실상은 탈북자들에 의해 일부 알려져 국제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북한의 '일반 교화소'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화소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위해 책을 썼다는 리씨는 서문에서 "지금 북조선의 교화소에서는 죽은 죄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불가마에 태워버려 그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픈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폭로했다.

리씨는 "빈대, 벼룩, 바퀴벌레, 모기가 1년 내내 득실대고 변 냄새가 가득한 수용소"에서 "강냉이 밥과 양배추 잎 한두 오리가 동동 뜬 소금국 세끼만이 배급의 전부"였던 수감생활을 회상하면서, 5년의 수감기간 수감자들이 '대차(지프차 4대분을 대신하는 쇠수레)'로 나무를 운반하는 등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수없이 사상했고 네 차례나 퍼진 전염병으로 190여 명이 "무리 죽음"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수감자 중에는 살인, 강간, 강도 등 중죄인도 있지만 70% 이상은 "교통사고를 비롯한 과실에 의해 죄를 짓게 된 사람들"이었으며 "식량난이 심하던 시기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음식을 훔친 경제사범"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리씨는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34년간 감옥생활을 한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가 북한으로 가서 몇 개의 교화소를 돌아보고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곳에서는 34년이 아니라 3년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중앙당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그가 수감됐던 교화소는 1천명이 수용되는 곳에 50㎡쯤 되는 세면장이 하나 있고, 병에 걸리면 병방에 격리시킨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하루 세끼 강냉이밥을 주는데 싯누런 완두콩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리씨는 중국 지린(吉林)성 농촌에서 노동을 하면서 이런 실상을 폭로하기 위해 밤에 몰래 원고를 써서 "비밀스런 장소"에 묻어놨다가 외부로 전달했다고 설명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북조선의 가난한 농촌마을(함경북도)에서 태어나 별 볼 것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며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사회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며 남다른 글 재주를 가진 것도 아니다"고만 밝혔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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