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뉴시스

"영어밖에 못해 못살겠다"..마이애미 떠나는 미국인들

입력 2008.05.29. 15:22 수정 2008.05.30. 08: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제임스 맥클리어리(58)는 21년 전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고향 마이애미를 떠나 버몬트로 이사했다. 21년 전만 해도 맥클리어리처럼 마이애미를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이애미를 떠나고 있다. 이들이 마이애미를 등지는 이유는 스페인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50년대만 해도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스페인어를 말할 수 없는 백인들이었다. 그러나 2006년 그 비율은 18%로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감소는 앞으로도 더욱 가속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멜리사 그린(49)은 스페인어를 하지 못해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린의 어머니는 스페인어를 말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스페인어를 배우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이를 매우 후회하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스페인어를 말할 줄 모른다는 것은 일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마이애미에서 일자리를 얻으려면 스페인어를 배워야만 한다. 스페인어를 할 수 없고 영어만 말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소외감과 좌절을 느끼고 더 빠른 속도로 마이매미를 등지고 있다.

그린은 스페인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스페인어를 배우려 노력하기보다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이애미는 엄연히 미국 땅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현재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스페인어를 말하는 사람은 전체의 58.5%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어를 못한다 해도 살아가는데 아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TV나 라디오에서 스페인어 방송을 들을 수 있고 스페인어 신문이 넘쳐나며 관공서나 병원, 학교 등 어디에서도 스페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애미 데이드 대학의 사회학자 후안 클라크는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마이애미를 떠나고 있다. 이들은 스페인어를 못하는 것이 약점이 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이애미 인근의 리틀 아바나 같은 곳에서는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전체의 94%에 달하고 있다. 마이애미 데이트 카운티는 쿠바 이민이 늘어나기 시작한 1960년대와 1970년대 중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해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등 남미 출신 이민이 급증한 1980년대부터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영어 사용 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영어 사용자들이 이곳을 떠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지만 남편을 따라 버몬트로 이사한 맥클리어리의 부인 로렌은 지금도 1년에 두 차례씩 마이애미를 찾곤 한다. 로렌은 그러나 마이애미를 찾아도 고향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는 마사 필립스(61)는 스페인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마이애미를 떠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스페인어를 못한다고 사람들이 떠난다면 마이애미는 결국 남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스페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영어를 배우려 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유세진기자 dbtpwls@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