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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시위 축제로 탈바꿈..6·10항쟁 때처럼 자발적 참여

입력 2008. 06. 01. 18:48 수정 2008. 06. 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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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물대포에 "세탁비 내라" 풍자 구호

촛불집회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독재 타도'를 기치로 한 1987년 6·10 항쟁의 울분에 '대한민국'을 외친 2002년 월드컵 축구 열기가 한데 뒤엉킨 퓨전 스타일이다.

시위 참여자는 10대 중·고생에서 대학생·근로자·농민·넥타이부대까지 확산되며 영락없이 20년 전의 6·10항쟁을 연상케 한다. 부인과 아들의 손을 잡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성원씨(46)는 "87년 6·10항쟁 땐 민주주의를 열망한 대학생이었다"며 "학생은 물론 양복 입은 직장인들이 가세해 열정적으로 정부의 '고시 철회'를 외치는 것을 보니 6·10항쟁 때의 모습이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시위장을 맴도는 구호와 노래도 20년 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재 타도' '독재자는 물러가라'는 구호는 20년을 넘어 다시 등장했다. 1일 시위에서 물대포를 맞은 사람들은 모두 양희은의 '아침 이슬'을 부르면서 "수고했다"는 말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하지만 민중가요로 대표되는 시위 곡은 새롭게 진화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최대 인기곡으로 등장한 게 달라진 양상이다.

촛불 시위는 해학과 즐거움이 더해지며 6·10 항쟁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경찰이 물대포를 뿜어낼 때도 시위대는 폭력 대신 "독재 타도" "세탁비! 병원비!" "수도세가 아깝다"와 같은 풍자적인 구호로 맞섰다. 전경들과 대치하는 긴박한 순간에도 2002년 월드컵에서 볼 수 있었던 대형 태극기가 나타나 일순간에 긴장감을 일소한다. 두 팔로 대형 태극기를 앞으로 실어보내며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치던 당시 기분을 만끽한다. "찍찍 이명박, 야옹 국민들"이라는 재치 넘치는 구호도 새로운 시위 풍속도로 등장했다.

온라인에서 즐기던 댓글 놀이 문화도 집회로 나왔다. 29일 서울광장에서는 즉석으로 붙일 수 있는 포스트잇을 이용해 고시 강행에 대한 '댓글 놀이'가 한판 벌어졌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민주화 21년을 거치며 집회는 엄숙한 의례에서 문화적 축제로 변모하고 있다"며 "운동의 중심은 약해지고 시민들의 자발성은 강해지면서 집회는 이제 좋은 의미의 '놀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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