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개월이상 소고기 수입 중단 요청

2008. 6. 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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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부과천청사 농림수산식품부 기자실에서 정운천 장관이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출을 중단할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후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가 소고기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월령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출을 중단하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이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협의가 끝날 때까지 미국산 소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고시도 무기한 유보하기로 했다. 미국에 요청한 수출중단 조치의 핵심은 미국 수출업자의 자율규제 방식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수출업자의 자율규제를 포함해 이를 실현할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통상당국의 협상과 중재를 통해 자율규제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협의에도 어려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대사를 비롯해 미 정부 인사에게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시 시작된 대미 협의=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출을 중단해 주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한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유보하고 검역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발표는 지난 4월18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소고기 협상 내용의 수정을 의미한다.

지난달 합의된 내용에는 1단계로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갈비 등 뼈를 포함한 소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2단계로 미국이 강화된 동물사료 조치를 공표하면 연령 제한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는 내용이다.

30개월 이상인 소고기 수입을 금지시키자면 가장 좋은 방법은 수입 위생조건에 월령 제한을 명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이 수출자율규제 방식을 통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출을 통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자율규제란 일방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피하기 위해 수출국이 스스로 수출 수량이나 가격·품질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고위급 외교채널을 통해 자율규제를 포함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미국에 요청했다"며 "미국이 자율규제 정도만 받아들이면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성 논란' 가라앉나="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광우병 위험성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여지가 생기고 있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광우병이 발생한 소의 99%가 월령 30개월 이상 소였다"며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입 금지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논란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30개월을 기준으로 하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의 적용 범위도 그 중 하나다. 이번 협상에서 뇌, 눈, 머리뼈, 척수, 척주(등뼈)는 30개월 미만 소고기에서는 SRM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는 SRM에 포함됐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치아 감별로 소의 연령을 측정하는 것은 정확성이 떨어지는 만큼 연령에 관계없이 SRM 적용 부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협의 이후의 한미 관계 시나리오=이번 소고기 협상 파문은 단순한 통상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 사이에는 복잡한 산식이 깔려 있다. 반미 감정과 미국의 아시아 소고기시장 지배 전략도 그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미국이 정치적 차원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축산업자 사이에서는 2003년까지 3대 수입국이었던 한국 시장의 빠른 개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카길 등 미국 육류수출업체들은 이날 120일 동안 한국으로 수출하는 소고기의 나이 표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수출자율규제 방식을 수용한다고 해도 명문화 여부가 문제다. 명문화가 안 되거나 보장 수준이 낮을 경우 오히려 한국 내 우려와 반발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양국 관계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우리 정부가 파기하려 하고, 미국은 준수를 강요할 경우 통상마찰로 발전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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