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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최중경='마이너스의 손'

입력 2008. 06. 05. 19:51 수정 2008. 06. 0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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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환율 고집하다 물가폭등 부채질

97년·04년 환율정책 실패도 '투톱'

"환율 움직여 흑자 내려하면 안돼"

정부가 물가 급등으로 고환율 정책을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이를 강력히 추진해온 강만수·최중경 기획재정부 장·차관 진용은 다시 한번 정책 실패의 쓴 잔을 마시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 2004년 역외선물환 거래 손실, 2008년의 급격한 환율상승(원화절하)에 이르기까지 지난 10여년 동안 두 사람이 관여한 환율정책이 모두 참담한 실패로 끝난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리한 환율정책으로 거시경제를 좌우하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1997년 외환위기

= 김영삼 정부는 1990년대 중후반 무리한 원화 강세 정책을 추진하다가 외환위기를 불렀다. 원화 강세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1996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가입해 선진국이 된 듯한 분위기였지만 대가는 컸다. 경제지표로 나타난 상징적 대가는 1996년 231억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적자다.

정부는 한때 7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997년 들어 900원을 넘어서는데도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경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강만수 장관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원의 차관이었다. 결국 거품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하는 외환위기로 터졌고, 환율은 2천원까지 치솟았다.

■ 2004년 외평기금 10조원 손실

= 외환위기가 수습되면서 자연스럽게 원-달러 환율은 낮아지기 시작했다. 2001년 1300원대였던 환율은 2003년 하반기 1100원대 후반까지 떨어지자 정부는 수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환율 개입에 들어갔다.

총대를 멘 사람은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이었던 최중경 차관이다. 그는 "1100원대 중반은 수출기업 채산성의 마지노선"이라며 환율 사수에 나섰다."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재경부는 2004년 역외선물환시장(NDF)에 무리하게 개입해 2조5천여억원의 손실을 봤고, 연간 외국환평형기금 손실은 10조원을 넘었다.

그럼에도 환율을 지키지 못했다. 환율은 2004년 9월 말 1151.8원에서 11월 말 1048.2원으로 급락했다. 덕분에 외국인 투기자본은 막대한 환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갔다. 외환위기의 교훈을 잊은 두 번째 실패였다.

■ 2008년 물가폭등

= 새 정부 들어 강 장관과 최 차관이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수출확대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도 노골적으로 환율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결과는 엄청난 물가급등으로 나타났다.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이 수입물가를 한번 더 끌어올렸고, 이는 물가안정 기조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렸다. 환율이 900원대 중반에서 1050원까지 치솟으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년 만의 최고치(4.9%)를 기록했다. 불타는 집에 기름을 쏟아부은 셈이다.

정부는 결국 고환율 정책을 포기했다. 외환위기, 역외선물환 투자 때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이다. 정부는 "예상치 못한 원유값 상승 때문"으로 이유를 돌린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무리한 정책이었다고 비판한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환율은 다시 내려올 수 있지만 한번 오른 물가는 내리기 어렵다"며 "환율로 인한 물가상승은 7~8월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 연구부장은 "지금까지 인위적인 환율정책이 대부분 실패했다"며 "앞으로는 환율을 움직여 경상수지 흑자를 내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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