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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수록 꼬이는 李대통령.. 6.10 앞두고 '말조심'

입력 2008. 06. 09. 16:52 수정 2008. 06. 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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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이 장기화되자 지난 6일 불교계 지도자들과의 오찬을 시작으로 기독교(7일), 천주교(9일) 등 종교계 지도자들과 잇달아 만나 정국 수습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는 꼬일대로 꼬인 정국을 풀려면 일단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청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당초 예정됐던 '국민과의 대화' 대신 '원로와의 대화'를 택한 셈이다.

그러나 야심차게 준비한 '릴레이 오찬'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행사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소통'의 첫 단계로 일단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듣기'보다 '말하기'에 치중한 이 대통령의 화법 때문이다.

'72시간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6일 불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이 대통령은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 엄청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단지 이 자리를 모면하려고 무책임하게 '재협상을 하겠다'고 얘기할 순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외교적으로 부담이 되는 '전면 재협상' 보다 미국측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하는 '사실상 재협상'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동시에 이 발언은 '쇠고기 재협상 거부'로 해석되면서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불을 당겼다.

청와대측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비난에 "재협상이 목표가 아닌데 거두절미하고 '재협상을 거부했다'고 비난하면 실체적 진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대통령이 재협상을 거부했다"는 여론이 폭넓게 형성된 뒤였다.

지난 7일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에는 '참여정부 책임론'이 화근이었다.

조용기 목사가 최근 경남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면서 "일은 그 때 다 벌여 놓은 것"이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그 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지"라고 말을 받은게 발단이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는 참여정부에서 이미 시작됐던 일인데 이명박정부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는 일명 '설거지론'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쇠고기 파동' 초기에 청와대측이 설파한 '설거지론'이 다시 언급되자 야당과 네티즌들은 일제히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지금 책임 공방이나 하고 있을 때냐"며 이 대통령을 질타했다.

게다가 이날 "불교계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이 대통령이 '촛불집회 배후는 주사파'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오면서 발언 진위 공방이 벌어졌다.

청와대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이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사탄의 무리'에 빗댔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청와대의 실언' 목록이 추가됐다.

청와대는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9일 천주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이례적으로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했다. 대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갈음했지만 이 대통령의 전체 발언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했다"며 "국회가 빨리 열려야 개각을 하더라도 청문회 절차를 밟아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의 입을 빌려 전달된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앞서 두 번의 오찬과 달리 '돌출발언'은 없었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 대통령이 인사에 대한 과오를 시인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다소 세련되지 못했던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이처럼 정제된 채 공개된 것은 지난 주말 잇단 설화에 휩싸였던 청와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또 6.10 민주항쟁 21주년을 계기로 전국에서 100만명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하리라 전망되는 가운데 더 이상 '돌출 발언'으로 민심을 자극하면 불리한 상황만 연출될 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오찬 도중 이 대통령의 주요 발언.

◇불교계 지도자 오찬 (6일)

"사실상 이게 재협상이나 다름 없다. 통상국가인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 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후유증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단지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는 없다."

◇기독교계 지도자 오찬 (7일)

"쇠고기 문제를 발표할 때 어떻게 문제가 될 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자세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 때(참여정부 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지."

"청와대에서는 새 소리가 안 나도 되는데 바깥에서 나야지."

"그 분들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촛불집회가) 세상을 밝게 하려고 그런 점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천주교계 지도자 오찬 (9일)

"국회가 빨리 열려야 개각을 하더라도 청문회 절차 등을 밟아 국정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인선 과정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

"국민 정서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 국민이 마음을 열어야 무슨 말을 해도 납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선주기자 sa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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