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눈물의 '하'반

입력 2008. 6. 19. 09:51 수정 2008. 6. 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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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제고사 '후폭풍' 수준별 이동수업 늘어

상·중·하 우열반 편성에 성적경쟁 내몰려

초등학교에서도 시험 점수를 기준으로 한 우열반 수업이 확산되는 등 초등학생들마저 성적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자율화 정책에 편승해, 그나마 전인교육을 강조하던 초등학교 교육마저 점수따기 경쟁에 몰입하는 양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ㅊ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ㅂ씨는 이달 초, 아이의 학교 전학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학교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며 수학시험을 치른 뒤 학생들을 상·중·하 세 반으로 나눴는데, ㅂ씨의 딸은 '하'반에 들게 됐다. ㅂ씨는 "어깨가 축 처져 집에 온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미안하다며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너무 속이 상해 같이 울었다"고 말했다. ㅂ씨는 맞벌이를 하는 처지를 탓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단지 수학을 좀 못한다는 이유로 '하'반에 들어가면 그 아이가 받을 마음의 상처는 누가 책임질지 억장이 무너진다"며 "아무래도 학원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수준별 이동수업을 내세워 우열반 편성을 하는 초등학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경기지역에서는 ㅅ초등학교 등 10여 곳 이상에서 영어·수학을 대상으로 성적에 따른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도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참여 학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섭 좋은교사운동 협동학습연구회 대표는 "우리나라 중·고교와 미국 사례를 보면 수준별 수업이 처음에는 성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학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초등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 횟수도 늘고 있다. 서울 ㅁ초등학교 3학년 ㄱ군은 올 1년 동안 무려 아홉 차례나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한 한기에 한 번씩 치르는 중간·기말 학업성취도 시험이 1년이면 네 차례, 교육과학기술부의 전국 기초학력 진단평가도 10월에 한 차례 치러야 한다. 최근에는 서울 동부교육청이 초등 1~3학년을 대상으로 6·7·10·11월에 학교별로 국어·수학시험을 치르라는 공문을 관내 초등학교 43곳에 보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초등학생의 80% 이상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등 이미 아이들이 공부에 지칠 대로 지쳐 소아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라며 "시험 스트레스와 우열반에 따른 정서적 불안 등이 쌓이면 자칫 초등학생들의 자살이 급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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