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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뼛조각만 163회..'수출증명'은 허구

입력 2008. 06. 20. 23:31 수정 2008. 06. 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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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수입위생조건 위반 빈발…도축장 승인도 아예 미국 권한으로 넘겨줘

정부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못하도록 '최저 수준의 수출증명(EV·export verification)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선에서 미국과 합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공식 EV 프로그램은 그동안 허점이 노출돼 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구속력 없는 이번 합의는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EV 프로그램은 미국 농무부가 각 나라와 맺은 수입위생조건에 맞는 쇠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작업장을 일정 조건에 부합하도록 감독하는 체계를 말한다. 미 농무부는 도축이 끝난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수입국이 정한 검역기준에 맞는지 검역을 실시해 수출 검역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지난 4월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에 따르면 수입 가능한 쇠고기 범위는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제품'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한국행 쇠고기에 대한 EV 프로그램은 필요없게 됐으나 뒤늦게 우리 측이 미국에 요구해 민간자율 규제를 통한 EV 프로그램이 도입되는 것이다. 미 농무부는 2006년 3월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위한 EV 프로그램을 공지한 뒤 이를 도입한 도축장 30여곳을 인정해줬다. 이는 우리 정부가 새로 고시하려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아니라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는 '30개월 미만 살코기'란 수입위생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2006년 10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척추뼈 1회, 갈비 통뼈 6회, 다이옥신 1회, 뼛조각 163회, 이물질이 19회가 발견되는 등 미국 측은 수입위생조건을 심각하게 위반했다.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수출용으로 둔갑한 사례도 있었다. 미국 정부가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수출검역 증명서를 발급한 쇠고기 제품에서 불합격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고시하려는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은 미국 도축장에 대한 승인권이 현행 고시와 달리 아예 미국에 넘어가 있다.

미국의 EV 프로그램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 일본은 2006년 1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등뼈가 혼입된 미국산 쇠고기가 발견되자 즉각 모든 미국산 쇠고기 제품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미 양측이 이번에 합의한 것은 미국 육류수출업계가 자율적으로 한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미 농무부가 30개월 미만 쇠고기임을 확인하는 보증서를 수출물량에 부착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정부가 운용하는 공식 EV 프로그램과는 크게 다른 방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출증명(EV) 프로그램

미국 농무부는 특정 수입국의 검역기준에 맞게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도입해 자국 수출 작업장이 생산한 쇠고기를 각 국가의 기준에 맞춰 규제하고 있다. 수입위생조건이 미국과 같을 경우에는 EV 프로그램이 필요없게 된다. 미국은 쇠고기 수입국의 요구에 맞춰 20여 가지의 EV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까지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EV 프로그램에 따라 수입했다.

<오관철기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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