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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괴담' 식품업계는 딜레마] 소비자는 GMO 0% 원하지만..원가 부담

입력 2008. 06. 25. 18:34 수정 2008. 06. 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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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사먹는 식품에 조금이라도 GMO(유전자변형 농산물)를 썼다고 표기하면 더 이상 못 팝니다. "(식품본부장)

"일반 옥수수는 t당 500달러가 넘는데,가격 불문하고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원료구매본부장)

"GM(유전자변형)옥수수라도 들여오지 못하면 전분당사업을 접어야 합니다. "(전분당사업본부장)

요즘 한 식품업체의 임원회의 장면이다. 식품업계 전체가 'GMO 딜레마'에 빠졌다. 음료 과자 등 가공식품의 단맛을 내는 데 들어가는 전분당 원료로 GM옥수수가 지난달 초첫수입됐지만쓸수도,안쓸수도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쇠고기 논쟁이 수그러든 뒤'GMO괴담'이 불거질까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먹거리 불안이 고조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단 1%의 GMO도 찜찜하다"는 수준인 반면 원료확보난,원가상승,판매부진의 3중고를 겪는 식품업계는 자칫 불매운동의 타깃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비자 반발을 의식한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일단 소비자단체 요구대로 GMO 표시를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전쟁시대에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5% 미만인 한국에서 GMO를 무조건 안 쓰는 'GMO 제로'는 가능한 것인가.

GM옥수수 수입 그 이후를 집중 점검해본다.

◆GM옥수수 수입 사실상 중단

국내 전분당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대상,신동방CP,CPK,삼양제넥스 등 4사는 지난달 GM옥수수 11만t을 들여와 전분당을 제조해 이달부터 가공식품업체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4사는 연말까지 매달 10만~20만t씩 총 120만t을 들여오려던 당초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한 관계자는 "5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식품업계의 전분당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며 "이달 GM옥수수 수입 계획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제 옥수수 가격이 폭등세를 지속하고 있어 GM옥수수조차 살 수 없다"며 "옥수수 파동이 일어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반 옥수수 수입가격은 지난해 초 t당 150달러에서 이달엔 500달러로 3배 이상 폭등했고,GM옥수수도 420달러로 뛰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분당 4사는 GM옥수수를 대신할 대체재를 찾는 데 혈안이다.

삼양제넥스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산 일반 옥수수를 테스트용으로 4500t을 수입해 전분당으로 만들어 가공식품 업체들에 판매했지만 물량이 부족해 추가 수입을 못하고 있다.

중국에선 자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옥수수 수출을 중단한 상태이고,브라질산 수입을 추진 중이지만 브라질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체재로 밀과 쌀로 전분당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원가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단체들 "GM옥수수 프리 선언하라"

324개 소비자ㆍ시민단체들이 참여한 'GM옥수수 수입반대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는 GM옥수수에 대해 △GM옥수수 전분당 제조 및 사용업체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GMO 표시제 강화 △일반 옥수수로 만든 중국산 전분 수입 추진 등 3가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대체재로 중국산 전분(관세율 226%)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연대 측은 최근 47개 식품업체에 GM옥수수 사용 계획 여부를 질문한 결과 동원F&B,매일유업 등 12개 업체가 GM옥수수 '프리(free)' 선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농심 롯데제과는 유럽 중국 등지에서 일반 옥수수 전분당을 수입한다는 방침이고,롯데칠성 해태음료 등은 음료제품에 전분당 대신 설탕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산 전분을 수입하거나 설탕 등 대체재를 쓰는 문제도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못한다.

전분 은 옥수수를 수입해 가공하는 것보다 가격이 높아 결과적으로 식품가격을 또 한 차례 올려 물가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전분당 생산업체들로선 옥수수 원료를 분쇄해 전분으로 만드는 기존 시설이 무용지물이 된다.

2000년대 들어 전분당으로 대체됐던 설탕을 다시 쓰는 것도 비만ㆍ충치 등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원당가격이 뛰면 옥수수 전분당과 똑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과학적 분석 위에 국민정서

최근 쇠고기 파동으로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여당에서도 GMO 표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 등 의원 10명은 지난 19일 가공식품에 GMO 사용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GMO를 원료로 해 제조ㆍ가공ㆍ수입한 식품과 첨가물에 대해 GMO 사용 사실을 반드시 표기토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주무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GMO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가공식품에도 GMO 원료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계에선 GM옥수수가 전분당 제조 시 열처리되면서 단백질 성분이 제거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GMO를 먹으면 암에 잘 걸리고 생식ㆍ성장기능이 저하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입증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또 GMO에 무조건 빗장을 걸어뒀다간 자칫 식량부족 사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가축용 사료에는 100% GM옥수수가 들어가며,식용유 중 90%가 GM대두로 만들어지는 현실에서 유독 GM옥수수만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ㆍ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GMO 표시를 강화한다면 GMO원료 사료를 먹인 소 닭의 고기,우유,달걀 등에도 GMO 표시를 해야 할 판"이라며 '대안 없는 반대'를 비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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