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족 대 딸기족' 중국 신세대들 인터넷 논쟁

2008. 7. 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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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0후는 이미 늙은 세대" "90후는 비주류적 성향"

중국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바링허우'(80후)와 '주링허우'(90후)가 서로의 정체성을 헐뜯으며 인터넷에서 거친 공방을 펼치고 있다.

1980년 이후 태어난 바링허우는 90년 이후 출생한 주링허우를 '젤리족'이라고 몰아붙인다. 젤리처럼 뚜렷한 형체가 없고, 여러가지 색깔을 띠고 있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비유다. 선배 세대로서 후배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반면, 주링허우는 바링허우를 '딸기족'이라고 공격한다. 딸기처럼 겉으론 탐스럽고 예쁘지만 얼마 안 가 물러터진다는 것이다. 바링허우가 이미 새로운 세대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이다. 선배들에게 당신들은 이미 낡은 세대라고 낙인을 찍은 셈이다.

딸기족이 먼저 딴지를 걸었다. 지난 3월 인터넷에 '바보아빠의 비주류에 대한 뉴스'라는 제목의 15분짜리 동영상(사진1)이 떴다. 자신을 바링허우라고 소개한 이 동영상의 주인은 종이로 만든 가면을 쓰고 나타나 "비주류란 머리가 이상한 놈들"이라고 험담을 퍼부었다. 주링허우를 대표하는 '빈티지 패션'(끝이 닳고 색이 바랜 오랜 옷과 장식으로 치장하는 패션)과 사이트 디자인, 문체까지 일일이 보여주며 '멍청한 것들'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뉴스 형식을 빌린 이 동영상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졌다. 그의 독설에 찬반을 표명하는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바링허우 누리꾼들은 "여러분들에게 비주류의 만 가지 악행을 알려주겠다"는 바보아빠의 당찬 선언에 기다렸다는 듯 박수를 쳐댔다.

이어 '돈 좀 번 바링허우가 주링허우의 비주류를 비웃다'는 제목의 10분짜리 동영상(사진2)이 떴다. 목욕수건으로 상반신을 가리고 노트북 앞에 앉은 이 동영상의 주인은 자신을 '바링허우 소자본가'라 칭하며, 사회통념을 무시하는 주링허우의 삐딱한 성향을 공격했다. '천을 두른 여인'이란 별명을 얻은 이 동영상의 주인은 "주링허우가 진정한 비주류의 정신을 모른다"며 "그들이 비주류를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바링허우의 공세를 참고 있던 젤리족이 마침내 반격에 나섰다. '비주류 엘리트가 '천을 두른 여인'을 반박한다'는 제목의 4분짜리 동영상(사진3)이 선봉에 섰다. 자신을 주링허우라고 칭한 이 동영상의 주인은 인형이 놓인 책상에 노트북을 켜고, 손에는 게임기를 든 채 "바링허우가 주링허우에게 질투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바링허우를 늙고, 낡고, 겁많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동영상 곳곳에서 주링허우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짙은 화장을 하고, 앞머리를 눈썹까지 늘어뜨리고,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입을 삐죽이는 등 이른바 '주링허우 포즈'를 통해 바링허우를 야유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는 큰 집에 살고, 고급 승용차를 몬다"며 자기 세대의 풍족함을 과시했다.

이들의 논쟁은 인터넷 곳곳에서 전투를 일으켰다. 누리꾼들은 인육검색을 통해 반대편의 이름과 집주소, 전화번호, 사진을 찾아 도마에 올렸다. 사흘 만에 관련 사이트의 클릭 수가 120만에 육박했다. 이후에도 거친 공방이 오가더니 5월 쓰촨성 대지진이 발발하고 나서야 겨우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휴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진현장의 구조와 복구 과정에서 바링허우가 펼친 헌신적인 자원봉사 활동에 찬사가 쏟아지자, 주링허우에 대한 비판이 다시 불붙었다. 바링허우들은 주링허우가 지진 피해자들에게 동정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주링허우들이 세상과 동떨어진 채 다르게만 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주링허우들은 대체로 바링허우의 이런 비판에 수긍하지 않는다. 키노 딩(17)은 <상하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누구도 성가시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를 공격하는가? 당신들도 전에 이런 비판을 받지 않았던가. 당신들은 우리의 빛나는 젊음을 시샘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바링허우들도 주링허우의 이런 항변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이스 린(28)은 "요즘 아이들은 너무 한심하다. 그들은 우리가 예전에 했던 것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에겐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다. 그들이 스스로 돈을 벌기 전에는 우리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딸기족과 젤리족의 논쟁은 이미 사회인이 된 바링허우와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주링허우의 처지를 반영한다. 어려서 조금이나마 앞선 세대의 가난과 문화를 경험했던 바링허우가, 이런 것들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주링허우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하이데일리>는 "바링허우는 중학생이 돼서야 컴퓨터나 아파트를 접했다. 그러나 주링허우는 어릴 적부터 인터넷과 게임기에 빠져 산다"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과 기성세대들은 이들의 다툼에 피곤함을 토로한다. 이들이 논쟁이 그동안 수시로 도졌던 신세대와 기성세대의 그것과 별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터져나온다. 한 누리꾼은 "60후는 70후를, 70후는 80후를, 80후는 90후를 욕한다. 그럼 90후는 장차 누구를 욕할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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