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피렌체 대성당 낙서 日여대생 '평화대사' 임명

입력 2008. 7. 11. 14:09 수정 2008. 7. 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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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에 낙서를 해 물의를 일으킨 여대생들에게 이탈리아측이 뜻밖의 호의를 베풀어 화제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피렌체 대성당에 낙서를 한 기후(岐阜)시립여자단기대 학생들은 9일 피렌체시청을 방문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고, 피렌체시와 대성당 측은 이들의 사죄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피렌체시는 이 여대생들을 '평화대사'로 임명했다.

피렌체 대성당에 낙서(왼쪽)를 한 여대생들에게 이탈리아측이 예상밖의 호의를 베풀었다고 일본 후지TV가 보도했다.

피렌체시는 평화대사 임명 배경에 대해 2차대전때 기후시가 미군의 공습을 받은 역사적 사실을 언급했다. 낙서에 대한 벌을 '반전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부여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속깊은 배려로 읽히지만, 이번 사태로 일본과의 인연에 흠집을 내고 싶지 않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피렌체시는 현재 기후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있는 상태다. 피렌체시는 "이제 이 사건을 여기서 끝내고 싶다. 이번 일이 오히려 두 도시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식으로 이들의 사죄를 받아들였다"고 밝힌 대성당 측도 낙서를 지우기 위한 복구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다. 대성당 관계자는 울고 있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사죄하러 여기까지 오다니 예의 바르다" "부탁이니 웃는 얼굴을 보여달라"며 따스하게 맞이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대학 측은 향후 연수여행에서 대성당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말로 감사의 뜻을 대신했다.

피렌체시가 세계적인 걸작을 더럽힌 이들을 질책하기는 커녕 오히려 평화대사로 임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일본 네티즌은 "이탈리아 멋있다", "역시 이탈리아인은 여성에 관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지 않는 평화대사", "낙서로 세계평화를 기원하자" 등 비아냥 섞인 목소리로 피렌체시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네티즌은 '평화대사 모집 안내'라는 제목의 댓글에서 "근무지는 대성당. 주요 업무는 세계유산에 낙서한 후 사과하고 울기만 하면 된다. 특별한 자격조건은 없다"며 여대생들과 피렌체시를 싸잡아 비판했다.

한편 일부 일본 언론은 피렌체 대성당에는 이탈리아어, 영어, 스페인어로 적힌 낙서가 있으며 일본어는 81개로, 한국어(10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보도했다.

<고영득 온라인뉴스센터기자 ydko@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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