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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BS를 '이명박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입력 2008. 07. 18. 19:41 수정 2008. 07. 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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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방송 사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을 몰아내고, 친정부 인사를 앉히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무슨 국정철학이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여기는 그 천박한 인식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궁금하다.

박 수석은 "케이비에스는 정부 산하기관"이라며 "정부 산하기관이 정부와 국정 철학을 달리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언론이 무엇이고, 공영방송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공영방송은 특정 정치세력이나 집단으로부터 독립하여, 중립적인 공론의 장 구실을 하면서 사회 발전을 이끄는, 우리 사회의 공공재다. 이런 공영방송을 '정부 산하기관'의 하나쯤으로 여기는 발상이 한심하다.

이 정부는 한국방송을 장악한 뒤 전두환 시대처럼 '땡전 뉴스'를 하다 보면 여론이 정부에 호의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고 순진한 생각이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들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유통시키고 있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하나만으로 여론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럼에도, 한국방송을 장악하려는 이 정부의 시도는 치사하리만큼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이 정 사장의 뒷조사를 벌이고, 방송통신위는 정 사장의 사퇴를 반공개로 압박하더니 이젠 이에 반대하는 신태섭 한국방송 이사를 해임했다. 그런 권한이 있는지 의심된다. 검찰까지 가세해 엉뚱한 혐의로 정 사장을 기소할 태세다. 국가기관들이 정권의 이익을 좇아 정 사장 쫓아내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5년 전 참여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정책 고문이던 서동구씨를 한국방송 사장에 임명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 측근이 사장이 되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서씨는 사임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그런 과거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고 한국방송 장악에 혈안이 돼 있다. 그 뒤끝이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다. 더 늦기 전에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포기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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