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이 위험한 7가지 이유

입력 2008. 7. 23. 14:49 수정 2008. 7. 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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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 건국60돌'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관변학자들과 친일행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보수언론이 선도하는 형국이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어 세계만방에 이를 선포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배우고 기념해왔는데, 왜 느닷없이 '건국절'인가, 그 배경이 사뭇 궁금하다.

갑자기 나온 '건국절'

지난 5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건국60년기념사업위원회'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대한민국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헌법정신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선언이다. '법통'이란 법의 계통이나 전통을 말한다.

1919년 3·1운동 직후 일제 식민통치를 거부하는 민족 지도자들은 상해임시정부를 비롯하여 국내한성정부, 노령국민회의, 서북간도의 군정부(軍政府), 기타 조선민국임시정부, 신한민국정부 등의 명칭을 가진 몇 갈래의 정부를 조직했다. 이것을 대부분 흡수 통합하여 1919년 4월 10일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임시의정원이 개원되고, 이튿날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따라 헌장(헌법)의 제정과 국무위원을 선임하여 정부수립을 보게 되었다.

임시정부 기사록(紀事錄)은 의정원의 첫 회기를 '대한민국 원년' 이라고 명시하여, 1919년이 대한민국 원년(元年) 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에 따르면 올해는 대한민국 기원 89년이 된다.

임시정부의 헌법인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선언했다. 이 조항은 대한민국 제헌헌법 이래 9차 개헌때까지 불변의 원칙이 되었다.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망명지에서 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 봉건왕조의 복벽이나 사회주의 노선을 거부하고 민주공화제를 채택했고, 이 정신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헌 헌법기초위원장 서상일은 헌법초안 제안설명에서 "이 헌법안은 대한민국임시헌장과 구미 각국에 있는 모든 헌법을 종합해서 원안이 기초된 것"이라고 밝히고 제1회 제헌국회에서 의장 이승만은 "오늘 여기서 열리는 국회는 기미년에 서울에서 13도 대표가 모여 수립된 민국 임시정부의 계승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국회개원 축사에서 "민국 29년 만에 부활되었기 때문에 민국 연호를 기미년에서 기산하여 '대한민국 30년' 에 정부수립이 이루어졌다"고 천명했다. 보수세력이 추종하는 이승만 대통령도 '정부수립' 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채택한 제헌헌법 전문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밝혀, 1948년의 정부수립이 임시정부를 '계승'하고 독립국가를 '재건'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1919년 수립한 임시정부와 1948년 구성된 제헌국회나 정부수립의 문건 어디에도 건국이라는 단어는 찾기 어렵다.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정부수립에 참여한 분들이 감히 '건국' 이라는 용어를 쓸 만큼 역사에 무지하거나 오만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임시정부의 자료에는 가끔 '건국 4천년' 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것은 단군의 건국을 의미한다. 따라서 1948년의 정부수립에 '건국'을 붙인다면 단군을 부정하거나 모독하는 일이 된다.

일본은 "황조(皇祖) 아마떼라스 오미까이(天昭大神)의 건국 2600년 만세(萬世一系)"를 내세우면서, 우리의 단군건국을 신화 또는 무당으로 격하하고, 한국사에서 단군조선을 잘라내어 일본 연대(年代)와 비슷하게 조작했다. 중국은 서북공정에 이어 동북공정으로 한국고대사를 자국의 지방정권에 편입시키려고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는다.

건국절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참에 정부가 '건국60돌' 행사를 서두른 배경이 궁금하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나라를 '건국60년'밖에 안되는 초라한 신생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고조선시대 이후 고대의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시대, 중세의 고려시대, 근세의 조선시대로 이어지면서 왕조 교체기에 '창업' 또는 '개국' 이란 용어가 사용되었지만 '건국' 이란 용어를 함부로 쓰지는 않았다. 고려 이후에는 왕조가 바뀌어도 단군을 국조로 인식해 왔다. 1910년 일제에 의해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하여 한 때 국맥이 단절되는 듯 했지만, 의병 - 독립군 - 의열투쟁 - 광복군으로 이어지는 항일전쟁과 임시정부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단체의 투쟁으로 국혼과 국맥을 지켜왔다.

세계식민지 역사상 27년 동안 임시정부를 운영하면서 싸운 나라는 우리가 유일했다. 한 때 국권을 빼앗겼어도 민족은 멸망하지 않고 독립을 쟁취한 것이다. 그리하여 36년 만에 광복을 맞았고 민주공화제의 정부를 수립했다. 반만년의 건국사를 복원한 것이다.

애국선열들은 1910년 8월 29일 일제 병탄을 두고도 망국일이라 하지 않고 국치일이라 불렀다. 국민과 국토와 국사가 살아 있으니 반드시 국권을 회복할 것이므로, 망국이란 용어를 함부로 쓰지 않았던 것이다.

1948년의 8·15 정부수립일을 '건국절' 이라 정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는 100년도 못되는 신생국가가 된다.

임시정부의 존재가 보잘 것 없는 '망명정부' 신세로 전락한다.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사이에 존재할 미군정 3년이 한국사에서 떨어져 미국사에 편입될지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존재를 배제해 버림으로써 분단체제를 영구화하게 된다.

1910년 8월 29일부터 1948년 8월 14일까지 38년을 스스로 국권상실 또 국맥단절기로 만든다.

매국노 친일파의 죄상을 대한민국에서 제외시키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단군의 건국사를 시작으로 임시정부의 항일투쟁에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왜적 36년 식민통치와 미군정 3년을 극복하고 비록 분단상태이지만, 짧은 기간 경제와 민주발전을 이룩했다. '정부수립 60주년'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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