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대 근무는 사지로 몰아넣는일"..소방관의 절규

2008. 8. 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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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차성민 기자]

혹자들은 소방관을 두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익과 권력에서 벗어나 오로지 타인의 생명만을 위해 자신을 위험속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꽃보다 아름다운 3명의 소방관이 또 다시 화마에 희생을 당했다. 소방관의 안전사고는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정부의 무관심이 맞물린 탓이다. 권력이나 이익에서 벗어나 오로지 타인의 생명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소방관들은 여전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 "열악한 근무환경, 이제는 못참는다"

끝내 폭발했다. 목숨을 걸고 스스로 사지로 향하는 소방관들의 처절한 절규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국 공무원 노조(이하 전공노)는 2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명박 정부의 소방행정을 규탄했다.

전공노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7월 과로와 각종 사고로 3명의 소방공무원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데 이어 8월 20일 새벽에 국민의 생명을 구하려다가 3명의 소방공무원노동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5만여 전 조합원은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그동안 공무원노조는 소방공무원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실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무성의한 태도로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이어 "이명박 정권은 지난 5월 6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업무의 중요성을 포기하고 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의 본질을 망각한 채 현재 소방직 공무원들이 맡고 있는 회계, 예산 등 행정업무를 감축된 일반직 공무원들로 대체하고 남은 소방직 인력을 화재진압, 구조 등 현장업무에 투입해 3교대 근무로 시행한다는 방안을 발표해 노동자들의 자긍심을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공노는 "이제는 고인이 되신 고 김규재, 변재우, 조기현 소방공무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보다 강력한 투쟁에 나설 방침"이라면서 "공무원노조 전 조합원에게 실상을 알리고 앞으로의 투쟁에 동참할 것을 호소할 계획"이라며 강경 투쟁을 천명했다.

◈ 최근 5년간 40명 순직, 1천 729명 부상

타인을 위해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는 소방관들은 공무를 하기 위해 생명을 담보로 잡혀야 한다.

21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6년간 40명의 소방관이 순직했고, 1천 729명이 다쳤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03년도에는 7명의 소방관이 순직했고, 04년 8명, 05년 6명, 06년 6명, 07년 7명, 08년 6명(8월 20일 기준)등 총 40명의 소방관이 공무 중 목숨을 잃었다.

이 중 15명이 화재진압 당시 사고를 당해 순직했고 구조 활동 3명, 구급 2명, 2명은 교육활동 중에 순직했다.

부상자 수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2003년 367명이 공무 중 부상을 당했고, 04년도 35명, 05년도 297명, 06년 304명, 07년 286명, 08년(6월30일 기준) 101명의 소방 공무원이 다쳤다고 밝혔다.

매년 7-명명이 목숨을 잃고 300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한 해 평균 7명에서 8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고, 300여명의 소방 공무원들이 다치고 있다"며 "소방관들이 타 직종에 비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환경이 많다보니 순직자나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소방관 10명 중 6명은 아직도 2교대"

이처럼 소방관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문제다. 소방관 6명이 목숨을 잃었던 지난 2001년에도 그랬고, 대구지하철 참사때도 그랬다. 하지만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아직까지도 소방 공무원 10명중 6명은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소방관 60%는 아직도 이틀에 한번 꼴로 화마와 싸워야 한다.

21일 소방방재청과 일선 소방관에 따르면 현재 2교대를 실시하고 있는 소방관은 60%에 달한다. 이 때문인지 일선 소방관들은 일주일에 84시간가량 근무를 한다. 일반 근로자가 일주일에 40시간에서 48시간을 일하는 점을 감안하다면 가히 살인적이다.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주말이고 뭐고 없다"며 "비번 날 소방검사까지 겹치게 되면 일주일에 100시간 근무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하루 출근하고 하루 쉬는 공무원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찰의 경우에도 3교대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과중한 업무는 계속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라며 "밤샘 근무를 하다보면 정신이 없어 제대로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교대 근무는 소방관들은 사실상 사지로 몰아넣는 일"이라며 "맞교대로 녹초가 돼 버린 상황에서 원활한 근무를 할 수 없는 만큼 3교대 전환 근무가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 소방관 1명 당 국민 1천 9백명, 프랑스에 비해 8배 이상 높아

소방방재청과 소방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소방공무원의 정원은 3만 641명으로 소방관 1인당 국민1천 900명의 안전을 맡아야 한다. 프랑스 소방관 1인당 240명, 영국 820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심각한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 전문가는 "현재 정부와 지방정부의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가 많다"며 "중앙 관리기관이 없다 보니 부처간의 책임 떠 넘기기로 소방관의 처우나 근무 여건에 대한 문제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위험수당 현실화, 3교대 등 근무 환경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소방관들의 순직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3교대 제도 시행과 수당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순직, 공상 사고는 근무 교대 시간 중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 전문가는 ""대부분의 화재 진압 소방관의 사고 발생은 근무교대 시간대에 몰려 있다"며 "이는 밤샘 근무로 소방관들이 지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위험 수당도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현재 소방공무원의 위험 수당은 5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목숨을 담보로 공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턱없이 낮은 액수다.

경기도 모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소방관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지만 낮은 위험수당 등 처우가 좋지 못해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얼마전까지는 3만원이었고, 오죽하면 수당이 줄어드는 3교대 근무를 꺼려하는 소방관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 전문가는 "소방공무원들은 몇 분 몇 초안에 사테를 수습해야 하는 직종의 공무원인 만큼 처우의 개선은 필수적인 상황이며, 2교대 근무 시 사고 발생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3교대 시행이 정착돼야 사고 발생률도 낮아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anointi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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