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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서장, 동호회서 신원 드러나자 수사 지시

입력 2008. 08. 25. 08:41 수정 2008. 08. 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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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원준 당시 남대문서장, 디카모임서 '경찰 옹호' 글

남대문경찰서에 "누리꾼 수사"…"지휘권 남용" 비판

인터넷 동호회에 익명으로 경찰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 일선 경찰서장이 이를 들춰낸 누리꾼을 자기 경찰서에서 수사하도록 해 지휘권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에스엘아르(SLR) 클럽' 회원 조아무개(43)씨는 지난달 28일 동호회 게시판에 촛불집회에 비판적인 댓글을 달아온 한 회원이 현직 경찰서장이라는 사실을 실명과 함께 인터넷에 공개했다. 조씨는 이날 클럽 게시판 등에 "('으.랏.차'라는 아이디의 회원을 추적해 보니) 남대문경찰서장과 동일 인물이 맞더군요. 이 나이에 나는 새파란 전경들과 몸싸움하고, 으랏차는 전경들에게 시민들 마구 패라고 시키고 … 나쁜 ×"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동호회 회원인 김원준 당시 남대문서장은 지난 7월 동호회 게시판에 '으.랏.차'라는 자신의 아이디로 "두 달여 동안 부서진 경찰버스가 120여대이고 경찰 부상자는 500여명에 달합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폭력시위대에 얻어터지는 경찰이 있습니까", "경찰버스를 파손하니까 (물대포를) 쏘는 거죠"라는 등의 댓글을 서너 차례 올렸다.

김원준 당시 서장은 조씨의 '폭로' 직후 부하 직원들한테 "(조씨 행위의) 위법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남대문서는 지난 11일 조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며 소환장을 보냈다. 조씨는 "김원준 당시 서장이 신원을 공개한 당일 '으랏차입니다. 그리고 남대문경찰서장입니다. 공개적으로 명예훼손 하고도 마음이 편안하십니까? 법적인 조치를 할지는 좀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서장은 "동호회 회원으로 올린 글을 신분까지 밝히며 조롱한 행위여서 수사팀에 알아보라고 한 것"이라며 "정식 고소를 한 건 아니지만 진정을 넣는 형식으로 수사가 개시된 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에는 "피의자·피해자 등과 특별한 관계로 수사에 공정성을 잃거나 의심받을 염려가 있을 때 수사를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무법인 '공감'의 정정훈 변호사는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내부 규정까지 무시하는 것은 지휘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개인적인 법적 다툼인데 고소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지휘하는 수사팀을 사적으로 동원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서장은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된다면 사건을 이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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