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서 '어청수 사퇴' 피켓 글씨 삭제돼

입력 2008. 9. 4. 09:21 수정 2008. 9.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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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방송'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 훼손 논란

청와대 '대통령과의 대화'에 진압전경 등 출연 요구

사원행동 "이병순 사장 오자마자 자율권 침해 거세"

이병순 <한국방송> 사장 취임 이후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이 훼손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김현석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3일 '공영방송 수호를 위한 케이비에스 사원행동' 전체 총회에서 청와대 쪽이 오는 9일 생방송 예정인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전경이나 공기업 통합에 찬성하는 인사, 장미란 선수 등을 출연시켜 줄 것을 요청해 제작진이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런 요구에 대해 제작진 중 한 명은 사표를 내겠다고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이 제작하고 5개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이 프로그램에는 5명의 초청 패널이 참여한다. 이들 패널은 남북·촛불·등록금·독도·공기업 문제에 대해 각각 질문자로 나서게 된다.

이 프로그램 제작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장미란 선수의 출연을 요청했으나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의 본질과 떨어져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경 출연 요청은) 청와대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걸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쪽은 "행사를 근사하게 하고 싶어 올림픽 스타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전경 출연 요청 주장에 대해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촛불 분야에서는 전경이나 대학생 등을 출연시키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사원행동 전체 총회에서는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제작 자율성이 침해되는 다른 사례들도 폭로됐다. 한 기자는 "8월31일 불교계 법회가 있을 때 방송된 9시 뉴스에서는 불자들이 들고 있던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하라는 손피켓의 검은 글씨가 편집돼 가려졌다"며 "(이와 비슷한)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또 "보도본부 탐사보도팀이 이달 16일 방송 예정인 부동산 관련 프로그램 예고 방송에 이명박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많이 나오는데 아직 예고가 나가지도 않았는데 게이트키핑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석 회장은 "이병순씨가 사장으로 오자마자 벌써부터 제작자율권을 침해하는 압박이 매우 거세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방송이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채택할 질문을 받기 위해 개설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사흘새 7천여건의 이명박 대통령 비판성 글이 올라왔다. 또 게시판에서 누리꾼들이 질문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한 데 대한 격렬한 비판도 쏟아졌다.

'대통령과의 대화' 제작진은 지난 1일 한국방송 누리집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누리꾼 여러분이 직접 질문해 주세요'라는 질문코너를 개설했다. 대부분의 글이 지난 6개월 동안 이 대통령의 정책과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거나 야유하는 글이다.

'엠비보다 지지율 높은 후쿠다(일본 총리)도 사임했는데 뭘 느끼셨나'(서울, 곽아무개씨) '강만수와는 사귀나요?'(강원, 곽아무개씨) '언론 장악하신 기념으로 인터뷰하시는 건가요'(서울 방아무개씨) '촛불시위 때 사과의 진짜 의미는?'(경남, 전아무개씨) 등 외에 재산 환원을 언제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나왔다. 한국방송 쪽은 "다른 사람 글을 볼 수 없어 답답하다는 누리꾼 심정은 이해하지만 질문을 수렴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한 게시판이니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권귀순 이문영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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