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사'와 '개독교인'으로 불리고 싶지 않다

2008. 9. 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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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학현 기자]

'불교폄하' 발언이라는 의견에 대해 해명을 하고 있는 장경동 목사, <오마이TV>화면

ⓒ 오마이TV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예전엔 낯설던 단어들이 등장했다. 이름 하여 '종교 편향'이니 '불교 폄하'니 하는 단어들이다. 이미 예전부터 일부 안티 기독교인들에 의해 비아냥조로 쓰이던 단어들 중에는 '기독교'를 가리키는 '개독교(개 같은 기독교?)', '목사'를 가리키는 '먹사(사명 때문이 아니라 먹기 위해 일하는 직업 목사?)'가 있었다.

하지만 기독교(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이 단어들이 부쩍 눈에 더 띈다. 인터넷 블로그나 댓글에서는 이미 단골 메뉴가 되었고, 이젠 매스컴까지 이런 단어들을 여과 없이 옮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목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나 같은 사람이 설 자리가 별로 없어 보인다.

도를 더해 가며 튀기는 목사들의 흙탕물

'종교 편향'이니 '불교 폄하'니 하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은 여러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한쪽 종교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목사인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린다"며 촛불 집회 참가자들을 '사탄'에 비유하면서 촉발됐다.

국토해양부가 제작한 대중교통 안내시스템인 '알고가'에서 사찰을 누락시킨 일,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과도 검문이 이어졌고, 그러다 장경동 목사의 불교 비하 발언으로 대장정에 올랐다. 이어 한술 더 뜨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신일수 목사의 철야 예배 설교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유튜브>에는 이들의 설교 동영상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뉴욕순복음교회의 부흥집회에서 장경동 목사는 설교를 통해 불교에 실례가 되는 발언을 했다. "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라는 말을 필두로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 국가가 못 산다(가난하다)"는 말도 했다.

장경동 목사는 매스컴을 타는 유명한 목사다. 공인인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치고는 너무 정제가 되지 않았다. 교인들에게 교회 안에서 한 말로는 괜찮다는 식으로 변명을 한 걸로 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기독교는 유일신을 믿기 때문에 교리의 특성상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다. 그렇다 해도 나를 주장하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는 일은 하면 안 된다.

목사인 나도 '먹사'로 부르고 싶다

불교와 촛불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낳고 있는 신일수 목사의 설교 장면.

ⓒ 오마이뉴스

한국기독교 부흥선교협의회(KRM) 사무총장인 신일수 목사 설교로 말하자면 장 목사의 설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제되어 있지 않다. 그는 잠실 할렐루야교회에서 행한 철야 예배 설교에서 민망해 그대로 옮길 수조차 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장경동 목사의 설교 내용을 언급하고 "장경동 목사 말이 맞아요"라고 동조하면서 할 얘기가 많다고 했다.

"더구나 머리를 민 사람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이여. 누구 대통령 보고 물러나라 하고 정권 퇴진하라고 하고 웃기는 짬뽕들이 있어 진짜. 정신 나간 사람들이지. 대통령이 무신 동장 반장 뭐여. 무식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신 목사는 이렇게 말한 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는 불교판이었다며, "종교 편향 얘기하는데 불교계 주는 천 억, 공평하게 하려면 문공부에서 주는 돈 절간에 천 억 주면 기독교에도 천 억 주라. 기독교에는 쥐뿔도 주지 않으면서 절간에 하느님 있다고 천 억을 주냐"라고 했다. 그의 거칠 것 없는 독설은 이어졌다.

"불교 믿는 나라 여러분들이 한 번 보세요. 230개 나라 중에서 어느 정도 가난한지 아세요. 똥구녕이 찢어지게 가난해요. 부처님이 살아있으면은요. 믿는 신도들에게 복을 줘야지 복준 게 없어요. (중략) 하나님 믿는 나라 동그라미 치면서 못사는 나라 있음 한 나라만 이야기 해봐요. 내가 현찰로 10만원 줄 테니까."

신 목사는 장 목사를 이어 '신장경동'이 되겠다고 부르짖고 있다. "그저 막 장경동 목사를 욕하고 불교계에서 난리가 났어. 여기에 장경동이 또 있다. 신장경동이 또 있다. 나도 욕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어떻게 목사가 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목사인 나도 그를 '먹사'로 부르고 싶으니 일반인이야 오죽하겠는가.

의견 말할 수도, 비판할 수도, 누구 편을 들 수도 있다, 그러나

8월 27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로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누군가의 편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의 견해를 비판할 수 있다. 목사나 스님이라고 다를 수 없다. 그럼, 장경동 목사와 신일수 목사의 설교를 그런 범주로 볼 수 있는가. 혹자는 "그렇다"고 대답할지 모른다.

그러나 난 좀 다르다. 그들의 말은 내용도 문제지만 그들의 언행이 독설적이고 남을 비하하는 표현이었다는 점은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장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터지는 사건들에 대해 심기가 불편한 불교계를 향하여 던지는 말치고는 너무 악의적이다.

지난 12일 '종교간 화평을 염원하는 기독교 목회자' 명의로 '불교계에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이 발표됐다. 교계에서 이름을 알 만한 목사 33명이 서명한 이 성명은 '기독교사회책임'을 통해 발표됐다. 성명에서 "종교 편향의 근거로 불교계가 열거한 사례들 중에는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로 인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전제하고 "종교 편향 금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만들자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부작용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특별히 종교 편향으로 지목된 공직자의 발언들은 대부분 신앙공동체 내에서 이루어진 발언들"이어서 "신앙적 발언까지 종교 편향으로 간주한다면 공직자의 신앙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성명은 충분히 그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여기에 대한 찬반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장 목사나 신 목사의 발언은 주장이라기보다 독설에 가깝다. 특히 신 목사의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은 듯하다. 주장이 분명함에도 그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까지 반대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의견을 말하는 것과 남을 비하하는 것은 다르다.

개신교 목사의 한 사람으로, 이런 연이은 목사들의 발언에 심기가 불편한 이들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 그리고 아울러 또 다른 목사가 나와 '신장경동'론을 펼치지 않기를 바란다. '목사'라는 호칭에 자부심을 갖고 사는 목사들이 더 이상 '먹사'가 되지 않고, 신앙 생활에 매진하는 기독교인들이 '개독교인'이 되지 않게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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