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울산에선 어떻게 살았을까?

2008. 10. 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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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은 17.02세. 배우자는 23.67세. 남성들의 예를 본다면 조선사람들이 조혼이라는 통설은 이 통계로 보면 오류인 것으로 드러났다."

1936년 경상도 울산 달리(達里)에 '조선농촌사회위생조사회(朝鮮農村社會衛生調査會)'라는 조사단이 도착한다. 당시 도쿄제국대학 의학부 학생인 최응석(崔應錫) 등을 포함한 일행은 약 50일 동안 현지에 거주하며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마을의 인구, 경제, 주택, 체격, 질병 등 민족지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한다. 조사단은 1940년 단행본 <조선의 농촌위생>을 낸다. 이 자료를 보면 당대 조선의 한 농촌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중농 이하의 경우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명절 제사용일 뿐이다. 아이들은 이 눈물만큼의 고기를 먹는다는 유일한 희망으로 명절을 기다린다. 앞서 빈농의 예를 들었지만 중농의 경우도 1년에 쇠고기 2.59근, 닭고기 0.3마리, 계란 10.4개를 섭취했을 뿐이다. 사망률은 무려 32.71%에 달했다. 이는 일본에서도 사망률이 높다는 다카츠키무라(24.36%)를 크게 웃도는 수치. 조사자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최고의 사망률과 유·조산, 사산율이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갖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요즘 여성들이라면 까무러칠 일 한 가지. 출산 직후에도 노동을 했다. 출산 당일까지 농사일(63%)과 가사일(37%)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무려 90%에 달했다. 당시 농촌의 어머니들은 '철녀' 그 자체였다.

성인(20~50세)들의 평균 키(남성)는 164㎝로, 같은 연령대 일본 농부들(157.6㎝)보다 6.4㎝나 컸다. 몸무게도 한국 남성(56.81㎏)이 일본남성(53~54㎏)보다 3㎏ 이상 더 나갔다. 하지만 보고서는 의미심장한 대목을 지적한다.

즉, 어린아이들의 체격 조건이 일본인들보다 처진다는 것이다. 달리 마을의 10세 남자아이는 126.4㎝(자급층)와 124.4㎝(빈궁층)였는데 이는 일본인 10세(129.5㎝)보다 훨씬 떨어진다. 조사단은 이와 관련, "달리의 아이들 체격은 성인이 되어도 현재의 성인보다 더 작아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체격이 좋은 성인들에 비해 아동들이 얼마나 열세의 체격을 갖고 있는지를 보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동정했다.

이 조사는 부인들의 폐경 시기(평균연령 46.32세)와 생리주기(25일 정도), 생리통 현황, 1인당 출산 횟수(4.92명)는 물론 각 농가의 식단을 ㎈와 g별로 파악하고 식기 종류까지 손금 들여다보듯 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최근 '조선의 농촌위생'을 번역하는 한편,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에 소장된 달리에서 수집한 124건의 생활용구 등을 묶어 도록('향수-1936년 울산 달리-')을 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과거의 농촌 달리는 현재는 시내중심가로 변모했다"면서 "아마도 이런 생생한 민족지 조사는 처음 시도된 것이며, 당대의 사회상을 복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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