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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건설 방만경영..또 국민이 부담안아

입력 2008. 10. 21. 21:31 수정 2008. 10. 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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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최현석 기자 = 정부가 은행권에 엄청난 달러와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데 이어 21일 건설업계에 대해서도 9조원대의 국민 세금을 지원키로 하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방만한 경영을 일삼던 은행이나 투기를 부추기며 분양 가능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전국을 무대로 마구잡이식 아파트 건설에 매달렸던 건설회사들에 부실 경영 책임을 묻지도 않고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선후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은행과 대기업의 방만경영으로 외환위기를 맞았던 10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잘 나갈땐 흥청망청하다가 어려움에 처하면 국민 혈세에 손을 벌리는 행태를 이번엔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 세금으로 혜택받는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면서 "옛날처럼 받을 임금을 다 받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지원을 받는 것이 되풀이돼선 안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 은행 생색내기..고강도 자구 필요은행들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오른 이래로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살았지만 금융산업 발전은 더뎠다.

은행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에 떠안은 구조조정 기업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수익을 남겼고 직원들은 고임금 혜택을 누렸으며 은행은 최고의 직장으로 부상했다.

이를 토대로 은행들은 자산 확대 경쟁에 몰입했다. 초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덩치를 키우다가 규제가 강화되자 중소기업 대출로 방향을 틀었으며 그 사이에 끊임없이 인수합병(M & A)을 시도했다.

은행들이 몸집 불리기에만 주력하느라 시중은행은 4강 구도로 재편됐지만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이 규모 차이만 있을 뿐 자산의 질이나 영업 행태에 전혀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우르르 몰려가서 금리 경쟁을 벌이다가 시장이 막히자 이번에는 중소기업 대출 시장으로 움직였다. 기업금융시장에서도 다른 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에 조금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해 뺏어오는 제로섬 게임을 벌였다.

은행들은 주택대출 시장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며 땅 짚고 헤엄치는 방식의 영업을 한 것처럼 기업대출 시장에서도 신용도를 평가하는 심사 능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담보를 받아 대출을 내줬다.

그러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동시에 '발 빼기'를 하는 바람에 중기 대출이 지난 8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고 대출 만기 연장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예전 카드 사태 등에서도 영업을 마구잡이로 확대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은 누려놓고 나중에 문제가 생겨서 금융기관 공동 대응이 필요할 때는 주주 이익을 내세우며 몸을 사리곤 했다.

게다가 영업 범위를 예금, 대출에서 펀드와 방카슈랑스 등으로 확대하면서 펀드의 불완전판매를 했다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본 고객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기업금융에서도 키코와 같이 위험이 내재된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다 팔아 멀쩡한 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키코 상품을 강매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금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기업의 신용리스크를 판단해서 대출한만큼 국가가 유동성을 공급해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은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고임금과 고용 안정성 등 덕분에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작년 말 기준 국민은행의 직원 평균 임금은 7천230만 원, 산업은행은 9천만 원에 달하는 등 모든 시중.국책은행의 임금이 다른 업종보다 크게 높다.

부행장급 임원 연봉은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수억 원에 이르며 일부 시중은행장의 연봉은 스톡옵션이나 성과보수 등까지 고려할 경우 수십, 수백억 원대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임원 임금 동결이나 삭감 등은 등 떼밀려 이뤄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면서 "그동안 예대마진에 의존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해오면서 배를 불린 은행들이 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먹구구 경영 건설업계 지원도 논란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게 경계했다. 기업들의 토지와 미분양주택 등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양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전국에 걸쳐 다투어 아파트를 짓거나 토지 사재기를 해놓고는 분양이 되지않는다며 정부의 도움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뻔뻔하다는 시각이다.

투기를 부추기거나 주택수요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면서도 분양가 인하나 분양원가 공개 등을 꺼린 건설사들의 행태를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는 선별적인 지원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기업들이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미분양 주택도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도 "국내 건설사들은 부동산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사실상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로 정부가 부동산업계의 부실을 떠안음으로써 부동산침체가 실물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효과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키로 한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송준혁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려고 도입한 이들 규제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부동산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투기지역 해제를 통해) 우회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건설업체가 투자 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운영 자금이 필요한 것이어서 건설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문석 실장은 "경기부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경기부양 효과는 재정이나 금리 등 거시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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