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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봐도 저리 봐도 대운하 사업인데..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입력 2008.12.25. 09:37 수정 2008.12.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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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해 있던 한반도 대운하가 마침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옷을 갈아입었다. 앞으로 3년여 동안 4대강 정비에 정부 재정 14조원을 적극 투입해 치수 공간을 확보하고 꺼져가는 지방 건설 경기부터 살리겠다는 것이다. 14조원이라는 4대강 정비 예산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던 16조원에 버금가는 수치다. 본격 사업 착수 시점은 내년 말이지만 당장 내년도 예산으로 1조6750억원을 책정해 야당의 저지를 뚫고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시켰다.

4대강 정비사업 강행에 민주당·자유선진당·민노당·창조한국당 등 야권 전체가 한목소리로 '대운하 1단계 사업'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도 꺼진 대운하 불씨가 되살아났다며 대대적인 반대운동에 나설 태세다. 이런 기류로 보면 청와대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강행은 새해 들어서도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반대 움직임에 대해 정부·여당은 '정치적 오해'라며 경제위기 시대에 지방 경제를 살리는 데는 4대강 정비사업만 한 정책이 없다고 강변한다. 과연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올인' 정책에 문제는 없는가. 이 사업을 둘러싼 핵심 쟁점별로 정부 방침과 허점을 들여다보았다.

1 대운하와 무관한 사업일까?

정부와 청와대는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와 무관하다고 거듭 주장한다. 주무 부서인 국토해양부는 "하천에 들어가는 8조원은 홍수 예방과 가뭄 해소를 위한 제방 보강사업이지만 대운하는 물류 수송이 주요 수단이다. 운하용 물길을 트기 위해서는 수심을 깊이 파야 하고, 보를 설치해 터미널 등 상류의 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4대강 정비사업은 이런 내용이 없다"라고 밝혔다. 설치하는 보는 총 4개로서 수심이 2.5m에 불과해 운하에 쓰이는 보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 학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 사업은 단순 하천 정비사업이 아니라 대운하 1단계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석훈 경제학 박사는 "현 정부가 3단계 대운하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현재의 정비사업, 2단계는 필요 구간의 부분적 강폭 확대 사업, 3단계는 조령터널 등 강 구간 연결사업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4대강 정비사업에 운하를 위해 필요한 준설, 강폭 확대, 그리고 제방사업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하도 정비에 들어가는 2조6000억원, 제방 보강사업 비용 1조7000억원은 운하가 아니라면 당장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폭이 충분치 않은 일부 구간은 나중에 재사업으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포함된 자전거도로 사업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대운하 공약에 담았던 중추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혹을 부채질한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의 긴급한 필요성으로 가장 강조하는 홍수 피해 예방도 대부분의 홍수 피해지역은 국가 하천인 4대강이 아니라 지방 군소 하천이라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초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한국하천 일람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중에서 홍수 예방을 위해 정비가 필요한 하천 비중은 중소 하천 대비 3.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건교부도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4대강은 홍수 예방 효과가 97%에 이른다고 밝혔다.

2 일자리 19만 개 창출할 실업대책 맞나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시작되면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19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니 실업 대책으로도 시급히 착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건설 인부가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건설 시스템상 그만한 고용 창출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인력이 삽질하던 과거와 달리 현대판 공사장은 거의 기계가 작업을 하는 데다, 건설 인부들도 대다수가 중국 동포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건설시장에서 중국 동포 인력은 10%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라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한 중견 건설업자는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건설 현장에서 십장은 거의 중국인이다. 중국인 십장 밑에서 일하는 한국 건설 인부는 드물다"라고 전했다. 19만 개 일자리 창출 주장은, 숙련된 건설 노동자가 대부분 중국인이어서 이들이 없으면 공사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아래서 일하려는 한국인 노동자가 없는 관행과 현실을 도외시한 정부의 장밋빛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자리 창출과 연결시키는 정부 정책이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연구원은 "국가가 10억원을 토목 건설에 투자하거나 토목물을 건설사에서 사들이면 8.7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지만 같은 비용을 복지비로 지출하거나 도소매점에서 서민에게 10억원의 물건을 구입하도록 하면 도소매업 고용창출 효과는 35명에 이른다"라고 밝혔다.

3 오바마식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는데…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최근 "4대강 정비사업은 다목적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홍수 예방, 지구온난화 완화, 물 부족 해소, 수질 개선 등 네 가지 효과가 크다"라고 밝혔다. 1929년 미국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물론 최근 오바마식 뉴딜 정책에 빗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 윤순철 국장은 "정부가 4대강을 미국판 뉴딜이라는데 기본 구조가 다르다. 미국은 정부 발주 건설공사에서 직접 고용인력이 51%가 넘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지만 한국은 대기업 건설사에 발주되면 일단 30%를 떼고 하청 업체에 입찰을 내려보내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결국 턴키 방식 입찰로 진행될 4대강 정비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은행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규모 건설사는 현재 PF자금 등으로 은행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우석훈 박사도 오바마식 뉴딜 정책과 4대강 정책을 연관 짓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오바마식 뉴딜은 기본적으로 의료보험 신설과 학교 시설, 그리고 대중교통 등 복지사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SOC 사업인 고속도로 건설도 한국과 같은 신설 계획이 아니라 오랫동안 무료 도로로 관리가 안 된 도로 정비사업과 인터넷 광역망 확충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결국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은 제방 건설, 하천 준설 등 토목 건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4 14조원을 다른 데 쓴다면?

정부는 4대강 정비를 바로 착수하면 고사 상태에 빠진 지방 건설경기를 살려내 지방경제 활성화의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운하 건설에 당초 적극 찬성했던 서울의 대규모 건설사들도 토목공사의 특성상 4대강을 한꺼번에 파헤치면 장비와 인력 투입이 많아 지방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거든다.

그러나 대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라 당장 시급한 지방경제 살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방 건설업계는 이 사업에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대구에서 중견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어차피 대형 건설사 물량이 될 것이 뻔하다. 차라리 4대강 정비와 별도로 지방 건설사가 예산이 없어 공사를 중단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해주거나, 지방 건설사가 주도해 감당할 만한 소규모 공사 발주를 늘려준다면 곧바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정부는 지방재정을 현 수준 대비 내년에는 4조6300억원, 2010년에는 10조8000억원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학계에서도 지방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목적이라면 차라리 14조원을 지방 교부금으로 내려보내는 편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홍헌호 연구원은 "14조원짜리 하천 정비사업보다 20조원짜리 100만 개 일자리 창출 전략이 경기 회복과 세수 확보에 효과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정희상 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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