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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칸〉[이종원의 아메리카브레이크]26년만에 아들 살해범 밝힌 지명수배쇼 MC

입력 2008. 12. 25. 20:30 수정 2008. 12. 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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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에게 난데없는 퀴즈 하나. 미국 범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연예인은 누구일까?범죄자의 목을 꺾는 스티븐 시걸? 아니면 범죄를 때러잡는 브루스 윌리스? 아니면 과학수로 범죄자를 잡는 CSI 그리섬 반장?

모두 틀렸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방송인 존 월쉬(John Walsh). 20년째 폭스(FOX) TV쇼 MC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쇼는 그냥 쇼가 아니라 범죄자를 지명수배하는 '아메리카스 모스트 원티드'(The America's Most Wanted)라는 사실이다.

매주 토요일 황금시간대, 수백만명이 시청하는 이 쇼에 얼굴이 팔린(?) 범죄자는 일단 "나 잡혔소"를 외쳐야 한다. 'TV도 보고 범죄자도 잡으세요'라는 선전문구처럼 이 프로그램은 살인, 강도, 사기, 강간, 유괴 등 온갖 범죄를 분석, 재현하고 범인을 공개수배한다. MC인 월쉬는 프로그램 막바지마다 이렇게 말한다. "시청자 여러분이 바로 (범인을) 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지난 20년 동안 붙잡은 범죄자만 1000명이 넘는다. 이 쇼에 출연(?)한 어떤 범죄자는 1시간짜리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붙잡혔다는 '전설'도 있다. 범죄자가 붙잡힐 때마다 월쉬는 언제나 이렇게 외친다. "바로 여러분이 (범죄자)를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그도 붙잡지 못한 범죄자가 딱 하나 있다. 자신의 6살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다.그의 아들 아담은 1981년 플로리다 쇼핑몰에서 납치됐다. 월쉬 부부의 애끓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아담은 한달 만에 싸늘한 변사체로 발견됐다. 범인은 영원히 붙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월쉬는 좌절하지 않았다. "다시는 내 아들 같은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며 아동범죄 방지 운동에 나섰다. 공공장소에 미아가 발생하면 아예 매장 셔터를 내려버리는 '코드 아담' 제도는 월쉬가 노력한 결과다. 2006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성범죄자 신상명세 및 주소지를 공개하는 '아담 월쉬 아동보호 특별법'에 서명했다.

월쉬는 아담의 죽음 후에 세 자녀를 더 낳았다. 그러나 지금도 '모스트 원티드'를 찍을 때마다 12살 막내아들을 촬영장에 대동한다.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행여 아이를 잃어버릴세라 조심한다.

27년이 지난 12월16일, 플로리다 경찰은 기자회견을 열고 "연쇄살인범 오티스 툴이 아담 월쉬의 살해범"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툴은 1983년 플로리다에서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수사과정에서 아담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지만 곧 그 말을 번복했다. 경찰 역시 그의 증언을 믿지 않았고 결국 2008년에야 진상이 드러난 것이다.

월쉬 아들 살인범은 밝혀졌지만 죄값은 영영 치를 수 없게 됐다. 툴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1996년 간암으로 자연사했기 때문이다. 경찰 기자회견에 동석한 월쉬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범인은 내 아들의 생명과 우리 삶을 파괴한 죄로 감옥에서 단 하루도 살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도 죄값을 치를 일이 없다. 그러나 살인범이 누구인지 밝혀진 데 만족한다. 범인을 모르고 사는 것은 정말 큰 고통이었다. 내 인생의 한 고비가 끝난 데 만족한다."

26년 만에 한을 푼 월쉬는 지금도 '모스트 원티드'를 변함없이 촬영하고 있다.< 재미언론인 이종원 > [스포츠칸 연재만화 '명품열전' 무료 감상하기]-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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