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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글로벌 리더는 환상일뿐 실상은 외국인 노동자죠"

입력 2009. 01. 12. 03:01 수정 2009. 01. 1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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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0만명 해외취업사업 본격화 한다는데…작년 연수이수자 취업률 고작 18%… 그나마 열악한 비정규직이 대부분20%는 1년도 안돼 '상처뿐인 귀국'

정부의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1년 여 국내연수를 받은 뒤 작년 3월 일본에 취업했던 정모(28ㆍ여)씨는 12월 허탈한 심정으로 귀국해야 했다. 정씨가 소속된 일본의 IT인력 파견업체가 일거리가 없어지자 정씨를 6개월 만에 권고사직 처리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현지에서 다른 직장을 알아봤지만 헛수고였다.

정씨는 "일본인 기술자도 쫓겨나는 판에 별 기술 없는 한국 청년에게 돌아올 일자리가 어디 있겠냐"며 "정부가 끝까지 책임질 게 아니라면, 해외 취업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해외취업, 해외인턴 등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명 양성'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같은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로 나갔던 한국 젊은이들 상당수가 마음의 상처만 안고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의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명 양성론'은 2004년부터 시작된 해외취업, 해외인턴 규모를 확대해 2013년까지 10만 명의 청년을 해외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해외취업의 경우 지난 5년간 4,578명에 불과한데, 향후 5년간 5만 명을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계적 경기침체 때문에 밖으로 나가도 일자리가 없을 뿐더러, 있어도 열악한 비정규직(파견직)이 대부분이라는 것. 노동부 등에 따르면 해외취업 연수 이수자의 취업률은 2006년 67%(취업자 1,196명)에서 작년에는 18%(290명)로 해마다 줄고 있다. 10명 중 8명은 1년 연수를 받아도 취업이 불가능한 셈이다. 작년 말까지 5년간 해외취업이 가장 많은 일본도 작년에는 17명으로 급감했다.

취업이 돼도 구직자들이 생각하는 일자리와는 차이가 크다. 2006년부터 일본에서 근무 중인 노모(33)씨는 "처음 2~3년 동안 파견회사에 소속돼 일했는데 파견직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견디지 못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가고 만다"면서 "일자리 수준이나 대우가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본 다음으로 해외취업이 많은 중국 역시 일자리 대부분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무실 관리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취업자들이 일단 해외로 나간 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중간에 얼마나 직장을 관두었는지, 또 얼마나 귀국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산업인력관리공단 내부자료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4년4개월 동안 해외취업을 위해 출국한 2,181명 가운데 1년도 채 안돼 귀국한 사람이 432명(20%)에 달했다. 일자리가 당초 기대와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국 기업의 요구도 파악하기 힘든 마당에, 다른 나라 기업 요구에 맞게 훈련시켜 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미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 해외취업을 청년 취업난의 돌파구가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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