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와 '옆집 김씨'는 무슨 관계?

2009. 1. 13. 12: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태경 기자]

박씨가 팍스넷에 '옆집 김씨'라는 필명으로 올린 글.

ⓒ .

검찰에 체포된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한 주식 전문 사이트에 다른 필명으로 120여편의 글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 국민일보 > 와 < 동아일보 > 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0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옆집 김씨'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다. 이 주식사이트는 '팍스넷'이다.

그러나 아고라의 '미네르바' 글에 비해 팍스넷 '옆집 김씨'의 글 내용이 수준도 많이 떨어지고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글도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아고라에 올린 글은 재야 주식 고수로 유명한 '무극선생' 이상조씨가 "미네르바의 글 내용을 보면 한 20년 정도의 현장(에서 일한)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수준이었지만, '옆집 김씨'가 올린 글은 평범한 개인 투자가의 수준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옆집 김씨'가 마치 '미네르바'와 전혀 별개의 인물인 것처럼 미네르바에 대해 몇 번 언급했다는 점이다.

'옆집 김씨'는 지난해 12월 13일 '미네르바가 한가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죠'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네르바가 주가 500 간다고 하고 짐 로져스가 다우 4000. 이명박은 주가 3000 간다고 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미네르바가 주가 500 간다가 문제가 되고 항상 떠들죠. 만약 미네르바가 연기금이라는 플러스 변수를 생각 안 했다면 말 그대로 주가가 500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가 600 이나 700까지 분명히 갔습니다.

왜냐면 그 당시 주가 변동성이 거의 하루에 80포인트까지 났으니까요. 미네르바가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미처 생각 못한게 있었죠. 이명박이나 강만수가 설마 연기금을 조 단위로 퍼 부어 댈 줄은 생각 못한 겁니다."

'옆집 김씨'는 지난해 10월 26일 '미네르바 어쩌고 떠들지나 말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네른지 화이바인지 떠들지 말고 그 노인네가 쓴 것 만큼 써 봐라"며 "그 노인네가 쓴 것만큼 지금 왜 주식을 사야 하는지 설명해 주면 내일 3천만원 주식 살 것"이라고 밝혔다.

'옆집 김씨'는 같은 날 '근데 왜 여기서 미네르 얘기가 나오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미네르가 부동산 얘기 했는데 여기 주식 사이트에 왜 그 얘기가 나오지?. 진짜 황당하네. 이거 좀 웃긴거 아냐?"고 말했다.

'옆집 김씨'가 '미네르바'와 동일 인물이라면 박씨가 자가 발전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 의도가 불분명하다. 주식 사이트에서 미네르바를 옹호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옆집 김씨'가 미네르바를 옹호하기 위해서라면 그의 활동지인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옹호하는 것도 말 그대로 평범한 개미 투자가가 한마디 툭 던지는 수준이다.'옆집 김씨'와 '미네르바'의 차이는 또 있다.일단 '미네르바'가 올렸던 글은 보통 A4 5~6매 이상의 긴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팍스넷의 '옆집 김씨'가 쓴 글은 A4 절반 안팎의 짧은 글이 대부분이다.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미네르바는 자신을 '고구마 파는 늙은이'로 소개했다. '고구마'가 외환 딜러들이 달러를 의미하는 은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미네르바는 외환 쪽에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인식됐다. '미네르바'는 올 1월 5일 마지막 쓴 글에서 자신을 "30대 넘어 미국에 유학을 갔고, 파생상품 설계에 몸을 담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옆집 김씨'는 자신을 IT쪽 개인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로 소개했다. 스스로를 '공돌이'라고 표현한 글도 있다. 박씨가 공대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옆집 김씨'가 그래도 자신의 실체에 근접해 있다.

아고라의 '미네르바'는 일부 격정적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글이 상당히 논리적이다. 그러나 팍스넷의 '옆집 김씨'는 격한 감정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난 글이 많다.

"내일 주가 오를꺼라는 악마들을 다 죽여 버려야 한다."(10월26일)"이명박 암살단 조직… 외국에서는 케네디도 총으로 쏴 죽였는데… 조간만 이제 이명박 암살단이 나오겠군요,"(10월25일)

"갑자기 이런 얘기 하는건 그런데요… 지금 딱 보니까 자살하기 딱 좋은 날씨네요."(10월22일)

옆집 김씨는 12월 19일 '이젠 더러워서 폐업 준비중. 진짜 이젠 졌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재작년까지는 뻥 안치고 그랬지. 근데 그거 다 개소리야. 진짜 현실을 알고나면 더러워서 구역질만 나오니까. 진짜 쇠파이프로 죽여 버리고 싶은 살인 충동 일어난다는 게 그런거 같더라."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