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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뀌는 방송법 개정 이유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입력 2009. 03. 08. 16:06 수정 2009. 03. 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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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방통위 규제개혁특위, '일자리 창출'서 '여론 독과점 해소'로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한 여당의 말이 달라지자 주무기관도 말을 바꿨다. 처음 내세운 논리 대신 여당과 호흡을 맞춘 듯 다른 논리를 꺼내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산하 규제개혁 및 법제선진화 특별위원회(위원장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는 한나라당이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 6일 심도 있게 재차 검토한 결과 여론 독과점 해소를 위해서도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특위 위원들은 소유 제한 완화가 방송·통신·신문·인터넷이 융합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해 투자촉진과 미디어산업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여론 독과점 해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한 특위 위원은 "방송시장의 법적 진입장벽이 높아 오히려 방송의 여론지배력이 50%가 넘는 독과점 현상이 있다"며 "신문이 지상파방송사업을 겸영 할 경우 여론 독과점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아날로그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가 출현한 상황에서는 채널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고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채널이 나온다면 여론 다양성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 제목을 '방송법 개정안, 외국 규제보다 엄격한 수준 / 여론 독과점 해소를 위해서도 방송법 개정 필요'라고 달았다.

▲ 방송통신위원회는 형태근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규제개혁 및 법제선진화 특별위원회를 지난 1월 구성했다. 방송·통신·공정경쟁 분야 등에 전문성이 있는 학계·법조계 인사 9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방통위

문제는 이들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들이 지난 1월20일 1차 회의에서 같은 안건을 다뤘을 때는 이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규제개혁특위 1차 회의 뒤 방통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시 특위는 '여론 독과점 해소'에 대해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당시 특위 위원들은 "세계적 미디어기업은 다양한 이종미디어 사업에 대한 겸영 또는 지분 소유를 통해 복합미디어사업을 영위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획기적 규제완화와 제도정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 미디어 산업을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전략적 육성하는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방송의 공정성·공익성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으나, 이는 여론 독과점 해소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1차 회의와 3차 회의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1차 회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KISDI는 지난 1월19일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낙관적으로 예측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2조9000억 원, 취업유발효과가 2만1000명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놓고 방송통신업계 일선에서는 불확실한 예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등 국회와 여러 언론 사이에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 지난 2월4일 MBC <뉴스데스크> 국회예산처 "미디어법 '일자리 창출', 설득력 없어". ⓒMBC

이후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3일 한국방송학회 주최 방송법 개정안 대토론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경제 살리기법이라 말하고 있으나 여론 다양성이 첫 번째이고 일자리 창출 등 산업적 효과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2일 새벽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언론관계법 중재안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경제관계법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 다음에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해, 동아일보가 "앞뒤 말이 맞지 않는 논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진통 끝에 여야는 신문·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처리와 관련해 향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 간 논의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지난 2일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대형신문의 방송진출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국책연구기관의 일자리 창출 보고서는 신뢰도에 흠집이 났고, 여당 스스로도 경제 살리기 법안은 아닌 것처럼 말했으며, 향후 100일간 논의의 초점은 여론 독과점 문제로 모아졌다.

▲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것이 규제개혁특위 1차 회의와 3차 회의 사이에 달라진 점이다. 물론 규제개혁특위가 1차 회의의 주장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한 특위 위원은 "소유 제한 완화 시 미디어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글로벌 미디어 그룹 탄생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특위 위원은 "대기업 소유제한 완화의 법적 의미는 방송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신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1차 회의 보도자료에 위원 간 다른 주장이나 반박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특위 내 여론 다양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규제개혁특위가 지난달 9일 2차 회의에서는 KISDI 보고서가 타당하다며 적극적으로 편들었던 점과, 언론관계법을 둘러싸고 두 달여 동안 일어난 일을 감안하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애초 강조했던 방송의 산업적 측면이 여론독과점 문제보다 중요해지지 않았다는 것, 즉 규제감독기관 주장의 무게중심이 여당 행보에 따라 바뀐 것이라는 해석이 그것이다.

분명한 것은 여당의 논리변화가 꼬리에 불과하다면 규제감독기관의 정책방향은 몸통이라는 것, 그리고 몸통이 꼬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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