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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집회 허용되면 큰 혼란" - "과잉규제로 전과자 양산"

입력 2009. 03. 12. 21:34 수정 2009. 03. 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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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현행 법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법무부와 참여연대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12일 헌법재판소에서 펼쳐졌다.

논란이 되는 법 조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10조. 집시법은 "누구든 해 뜨기 전이나 해진 후에는 옥외집회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부득이한 상황에서 미리 신고하면 관할 경찰서장이 질서유지 조건을 붙여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2항과 모순된다는 것이 위헌신청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소원은 작년 10월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제청함으로써 이뤄졌다. 헌재는 94년 4월 동일한 안건에 대해 8대 1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정부 측 대리인으로 이귀남 법무부 차관이 참석해 정부 논리를 설파했다. 헌재의 공개변론에 정부의 실·국장급 실무자가 아니라 차관이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풀이된다.

이 차관은 "우리나라의 집회문화는 선진국보다 더 격렬하고 폭력적인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야간집회의 정도는 더 심하다"며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2~3시에 구호를 외치며 심야의 평화를 깨뜨리는 소란스러운 집회 상황을 생각해보면, 왜 규제가 필요한 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차관은 "특히 지난 주말에 열린 용산참사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관 16명을 폭행하고 무전기 6대를 빼앗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시간이 오후 9∼11시였다"며 "이는 집회 참가자들이 야간이 되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차관은 "미네르바 사태에서 보듯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회적 소수자들도 강력한 표현수단을 새로이 획득했으므로 집회의 자유에 여타 기본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데, 야간 집회·시위를 허용하면 우리나라는 과격폭력시위로 큰 소란에 빠지고 막대한 사회 비용을 치를 것이다. 헌정 질서는 작은 혼란에도 쉽게 동요되어 붕괴되기 쉽지만, 이를 다시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경찰청장을 대리한 서규영 변호사도 "지난 촛불집회는 당초 기대와 달리 폭력·불법 집회로 변질됨으로써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야간 옥외집회 규제가 필요한 대표사례가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에 따르면, 2002~2008년까지 야간집회 신고 건수는 52건으로 이 중에서 허용된 게 40건(약 77%). 집회주관단체의 폭력시위 전력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현행법에서도 야간집회를 융통성 있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위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 변호사는 "심각한 국론분열과 장기간의 대립·반목, 소모적 논쟁을 야기한 촛불집회로 인해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며 집시법 '합헌' 결정을 강력히 주문했다.

반면, 안 국장의 형사재판 변호인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는 "일몰 기준으로 야간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집시법은 평일 퇴근시간 이후가 아니면 집회에 참여할 수 없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주거지역'과 '주요 간선도로' 등으로 특정장소에서의 집회를 제한하고 있을 뿐이지,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금지하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한다.

"야간집회라고 해도 작년 5월 말 이전의 집회는 평화롭게 치러졌고, 일부 시민들의 폭력에도 대다수 시민들은 이를 말리며 비폭력 기조를 견지했다. 그런데 야간 집회에 단순히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5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잉 규제로 인해 전과자가 대량 양산되고 이것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낳는 셈이다."

박주민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도 "야간집회를 허용하면 폭력충돌이 늘어난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야간집회 금지를 뒷받침하는 법무부 의견서에조차 '시위대 해산을 위해 대규모 경찰병력을 투입했을 때 오히려 물리적 충돌이 늘어나고 있다'고 되어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무부·검찰·경찰 모두 우리나라 집회문화의 폭력성을 강조하는데, 집회·시위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독일에서 97~99년 전체 집회 중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비율은 2.7%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는 말도 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연세대 김종철 교수(위헌)와 부산대 김승대 교수(합헌)의 입장도 팽팽했다.

김종철 교수는 "과거 1962년 헌법에서 '옥외집회에 대하여 시간과 장소에 따른 법률적 규제를 명문으로 인정하였던 태도를 변경하여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된다'고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은 법률로도 허가제는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사 출신의 김승대 교수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재에 이르러 타인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무제약적인 집회와 시위는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며 "야간집회를 금지하면서도 부득이한 경우 야간집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행 허가제를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은 주로 폭력과 야간집회의 상관성에 집중됐다.송두환 재판관은 "법무부는 '야간집회일수록 폭력성이 더 하다'고 주장했는데, 법무부의 1993~2004년 통계자료를 보니 폭력집회의 주간 대 야간 발생비율이 68.9% 대 31.1%로 나왔다"며 "야간이라 폭력 집회가 많은 것인지, 야간 집회에 대한 경찰 단속에 따라 폭력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인과관계가 불명확 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김희준 송무국장은 이에 대해 "(주간보다) 야간의 폭력 건수가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심각한 폭력 행사는 야간에 늘어나는 추세"라고 답했다.

이동흡 재판관이 "야간에 심리적으로 난폭해지고 범법행위 채증도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고 견해를 묻자 청구인측 김남근 변호사는 "시위대가 과격해지는 것은 시간대보다는 집회내용으로 더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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