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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위험도 '널뛰는 순위'의 진실

입력 2009. 03. 16. 14:30 수정 2009. 03. 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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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코노미스트 "신흥국 중 3번째로 위험"

크레디트스위스 "미·영 보다 낮은 19위"

'한국은 17개 신흥국 중 세 번째로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 커'(<이코노미스트> 보도)

'한국 국가위험도는 19위로 미국·영국보다 위험도 낮아'(크레디트 스위스 보고서)

최근 한국 경제의 위험성과 관련해, 외신과 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서로 상반된 평가가 잇따라 나와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달 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에이치에스비시(HSBC) 등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과 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높아 17개 신흥국 가운데 남아공·헝가리에 이어 세 번째로 외환위기에 취약하다"고 보도했다. 반면 지난 12일 외국계 금융회사인 크레디트 스위스는 한국의 국가위험도(country risk)를 42개 나라 가운데 중간 정도인 19위로 발표했다. 특히 미국(13위)과 영국(11위)에 비해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더 낮았다.

평가항목 '핵심3개 대 10개'로 달라외환보유 개념 없는 미·영과 비교?선진국 제외하면 4위로 결과 비슷"순위논쟁보다 지표개선 집중해야"

■ 평가 항목 서로 달라

<이코노미스트>와 크레디트 스위스 가운데 누구의 평가가 더 정확한 것일까?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정건전성 등 대내적 요인과 외환 리스크 등 대외적 요인을 두루 고려한 크레디트 스위스가 더 공정하다"며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이나 영국이 더 위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9년 경상수지(1%), 국내총생산 대비 2009년 정부 부채(38%),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107%), 국내총생산 대비 순단기외채(-25%), 은행 예대율(130%), 시디에스(CDS) 프리미엄(3.6%포인트) 등 10가지 지표를 종합해 국가위험도 순위를 매겼다.

정반대 의견도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위기 때마다 그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지표들이 있는데, <이코노미스트>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핵심변수들을 집중적으로 잘 뽑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가 기사에 인용한 에이치에스비시 자료는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1.3%)와 한국이 특히 취약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102%), 은행 예대율(130%) 등 세 가지 항목만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는 단기외채 비율과 은행 예대율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어차피 같은 기준을 가지고 여러 나라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수치의 일부 오류는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할 수 있다.

■ 신흥국끼리 비교하면 결과 비슷

두 보고서의 비교 대상 국가군이 서로 달라 '착시현상'이 일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에이치에스비시는 17개 신흥국만을 평가 대상으로 한 반면, 크레디트 스위스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42개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보유액 개념이 없는 미국 같은 나라와 신흥국을 같은 그룹으로 놓고 평가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이나, 통화 스와프(맞교환)로 미 달러를 무제한 들여올 수 있는 영국과 여타 신흥국의 차이를 무시했다는 뜻이다. 송태정 수석연구위원은 "선진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국가위험도에 대한 두 보고서의 메시지가 비슷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에이치에스비시 보고서처럼 17개 신흥국만을 대상으로 놓고 크레디트 스위스의 국가위험도 순위를 보면, 한국은 헝가리, 폴란드, 남아공에 이어 4번째로 국가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온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는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가장 높다.

■ 높은 수출 의존도,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

전문가들은 국가위험도 논란과 관련해, 한국 경제가 외부 변수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다른 신흥국보다 자본시장이 더 많이 개방돼 있는 탓이다. 때문에 국가위험도 순위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는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고 먹잇감인 외환보유액도 많아 환투기꾼들의 좋은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며 "외환위기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국가위험도의 진실은 크레디트 스위스와 에이치에스비시의 중간 지점쯤에 있을 것"이라며 "이런 평가들이 나오는 것을 계기로, 외화유동성 등 외국 투자자들이 의구심을 가지는 지표들에 대한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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