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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돼지고기, 와인, 자동차가 몰려온다

입력 2009. 03. 24. 21:35 수정 2009. 03. 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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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한·EU FTA협상 이혜민 수석대표와 EU측 베르세로(Ignacio Garcia Bercero) 수석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세계 최대규모의 무역권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007년 5월, 한미FTA 타결 직후 협상을 시작한 지 1년 10개월 만이다. 한국과 EU는 24일 서울서 열린 8차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양국 간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관세환급이 들어 있는 원산지 역외 가공 인정과 일부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일부 핵심쟁점에 대한 양국 협상단의 견해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최종 타결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오는 4월 2일께 영국 런던에서 양국 통상장관이 만나 협상 타결을 위한 최종 담판에 나선다.

정부는 EU와 협상타결과 협정문 작성 등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초에 정식으로 협정이 발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장관급 최종 담판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한국과 유럽연합이 향후 FTA로 묶일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농축산업과 서비스 분야 등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EU는 한국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와 서비스, 지적재산권, 축산업 등에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들 산업의 구조개편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상품] 대부분 공산품 등 관세 5년 안에 철폐

한·EU FTA협상 이혜민 수석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브리핑실에서 EU측 수석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며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혜민 한-EU FTA 수석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외교통상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8차 협상에서 양측은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협상단 차원에서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외교통상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양쪽은 3년 안에 관세를 96% 이상 없애고 5년 안에 완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우리나라는 일부 건설중장비와 기타 기계류 등 40여 개 민감한 품목에 대해선 7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따라서 EU 쪽은 자동차부품(관세율 4.5%), 무선통신기기부품(2∼5%), 평판디스플레이어(3.7%), 냉장고(1.9%), 에어컨(2.7%), VCR(14%) 등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협정 발효 즉시 철폐한다. 반면 우리 쪽은 자동차부품(8%), 직물제의류(8~13%), 컬러TV(8%), 냉장고(8%), 선박(5%), 타이어(8%) 등의 품목에 대해 관세를 곧바로 없애기로 했다.

또 5년 안 관세를 없애는 품목을 보면, EU 쪽은 컬러TV(14%), 광학기기부품(6.7%), TV 카메라 및 수상기(14%), 순모직물(8%) 등이 포함됐다. 우리 쪽에선 기초화장품(8%), 접착제(6.5%), 합성고무(8%) 등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우리 쪽이 7년 안 관세철폐를 이끌어 낸 품목은 기타 기계류(16%)를 비롯해 순모직물(13%), 건설중장비(8%) 등 EU 쪽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40여 개 제품들이다.

따라서 품목 수로만 따질 경우, 협정 발효 후 조기 철폐(즉시 철폐+3년 철폐) 비율이 EU는 99%에 달하며 우리나라는 96% 수준이다. 한미 FTA의 경우 우리나라는 조기철폐 비율이 96.2%, 미국은 91.4%였다.

[자동차] 최대 관심인 자동차 시장 개방도 합의... 실익 여부는 미지수

공산품 관세 철폐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부문도 합의가 이뤄졌다. 자동차의 경우 EU 쪽의 관세율이 10%, 우리나라는 8%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2.5%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인 셈이다.

또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EU 쪽에 자동차를 모두 52억 불 어치 수출해 이쪽 지역 공산품 수출의 18.2%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 물량이나 관세율 등을 볼 때 자동차 부문 협상은 양쪽에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었다.

이혜민 대표도 "미국과의 협상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는 대표적인 민감 품목으로 양쪽의 입장 차로 인해 1년 넘게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수출 품목인 소형자동차의 경우 즉시 철폐를 주장해왔지만 EU 쪽에선 7년 철폐안을 고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나라와 EU는 자동차의 경우 1500cc 이하 소형은 5년 안에 철폐하고 1500cc이상 중대형 승용차는 3년 안에 관세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이 대표는 "우리 쪽은 즉각적인 관세철폐를 요구했지만 EU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3년과 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타협안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쪽에선 미국보다 높은 관세율 등을 감안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 이득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 모델인 소형 자동차의 관세철폐가 5년으로 미뤄지고 유럽 현지 생산 비율도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을 볼 때, 정부가 생각했던 만큼의 이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서비스] 개성공단 인정은 한미FTA대로... 보르도·스카치 등 표시 사용도 유의해야

이밖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서비스 분야에선 EU 쪽의 요구가 상당히 반영됐다. 서비스 쪽의 경우 기본적으로 한미FTA 수준을 기본으로 하지만, 방송용 국제위성 전용회선 서비스 등 통신과 환경 분야에선 EU 쪽의 의견이 좀 더 수용됐다.

대신 생활하수 처리서비스는 5년, 방송용 국제위성 전용회선서비스는 2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또 법률서비스 쪽도 EU 쪽은 외국법자문사에 대해 자국 명칭(home title)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했고, 우리나라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미FTA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개성공단 인정 문제에 대해선, 협정이 발효된 후 1년 뒤에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양국 간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한미FTA 때와 같다.

또 이번 EU와의 FTA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지리적 표시제(GI)에 대해서도 양쪽간 일정 부분 합의가 이뤄졌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지리적 표시제는 EU 쪽에서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민감하게 여긴 내용이다.

EU는 지난 92년부터 와인과 증류주는 물론 모든 농산품의 지리적 표시를 보호하기 시작했고 지리적 표시를 등록한 모든 농산품은 EU 차원에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보르도·스카치·코냑'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협상을 통해 양쪽은 지리적 표시 품목을 협정 부속서에 명시해, 상호 보호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이미 국내에서 사용 중인 선행상표는 지리적 표시제와 관계없이 사용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남은 쟁점] 관세환급 등 핵심 쟁점 이견 여전... 4월 2일 최종담판

우리나라와 EU는 8차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잠정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양쪽 간 견해차이가 큰 관세환급 문제를 포함한 원산지 역외 가공 인정 문제와 농산물 개방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관세환급제도란 우리나라처럼 중국 등 다른 국가로부터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서 완성품을 수출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에 수출 목적의 원자재나 부품 수입에 대해선 관세를 되돌려 주는 것을 말한다.

EU 쪽은 기본적으로 FTA를 발효와 함께 공산품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는 만큼, 별도의 관세환급은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협상 초기부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혜민 대표는 "현재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관세환급 부분"이라며 "이는 EU의 문제이며 정치적 결단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르세로 EU 쪽 수석대표는 "여전히 양측간의 입장차가 있다"면서 타결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원산지 인정 문제도 최종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EU 쪽은 그동안 자국 내 현지 생산이 단순 조립 생산기지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원산지 인정 여부를 강화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관세환급 문제와 함께 원산지 인정 부분에 대해 협상단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다음 달 2일 런던에서 열리는 통상장관회담에서 최종 타결 여부가 결정 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세로 대표도 "원산지 기준 문제에서 여러 차례 협상과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통상장관들 간에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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