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기독교인 남편 참기 힘들어요

2009. 4. 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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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알림| 김어준·임경선씨 만나서 얘기하죠!

〈esc〉 100호를 맞아 김어준·임경선씨가 대면 상담에 나섭니다. 평소 상담 글을 읽으면서도 해결되지 않았던 궁금증을 직접 만나 풀어보세요. 신청하신 분들 가운데 20대 남성 독자 3명, 여성 독자 3명을 추첨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상담 주제는 '20대, 남과 여'로 대한민국 이십대로 살아가면서 겪는 일과 사랑, 남녀 역할과 갈등문제 등을 자유롭게 묻고 토론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고민 메일로 신청하세요.

⊙ 신청 자격 :

대한민국 20대 남성과 여성

⊙ 신청 방법 :

고민 메일( gomin@hani.co.kr)로 이름, 나이, 현재 하는 일, 상담하고 싶은 고민, 연락처를 정확하게 적어서 보내주세요.

⊙ 신청 마감 :

4월 23일까지

⊙ 당첨자 발표 :

4월 24일 개별 통지

⊙ 상담 일자 :

4월 마지막주 중 추후 결정

⊙ 대면 상담 내용은 5월 7일치 〈esc〉 100호에 게재됩니다. 비밀 상담을 원하거나, 얼굴 노출을 원치 않는 분들은 신청이 어렵습니다.

Q 운동권이었던 30대 초반입니다. 그쪽 남자들에게 질렸고 친구들에 비해 결혼도 뒤처진단 생각이 들던 차,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순수하고 싹싹했고 제게 많이 맞춰 줬고 저를 좋아해 주었죠. 그런데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연애 시작하며 한 가지만 약속해 달라더군요. 결혼하면 교회 가자고. 일주일에 한 번만. 안 그럼 헤어져야 한다고. 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정말 쉽지가 않더군요. 의견 충돌이 끊이지 않습니다. 제 말을 못 알아들을 때의 당혹감, 노조를 무조건 싫어할 때의 답답함, 이명박에 대한 애정을 보일 때마다 그를 점점 더 무시하게 됩니다. 제가 지적 허영이 있어 그런 걸까요. 그의 지적 수준이 낮다고 여겨지고 사람이 우습게 보이고 너무 짜증이 납니다. 아직 신혼인데도 이런 생각에 너무 큰 고민이 됩니다. 이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요.

A 무신론자와 신앙인은 태생적 차이 … 죽을 때까지 봉합 불가능으로 사료됨

0. 주제가 주제인 만큼, 강조 한번 하자. 이건, 내 생각이다. 비빌 언덕 미리 마련해두잔 수작이 아니라,

어쨌거나 난 이리 생각할 테니 대체 넌 왜 그러냔 시비, 사양하겠단 뜻이다. 하여 이런 주제는 겸양과 추정의 어투로 조심스레 임해야 안전하겠다만, 그냥 단정적으로 가련다.

1. 난 기독교인이었다. 집안 환경이 그랬다. 그러던 고1 어느 날, 성경 읽다 그런 상상을 했다. 내가 유다였다면. 그전까지 유다의 교훈은 명백했다. 예수 배반하면 지옥 간다.

그 배신이 예정되어 있었단 걸 배우곤 신의 플랜을 이행한 유다는 오히려 천국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없지 않았으나 그 에피소드의 학습 포인트는 어디까지나 유다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기에 나머진 그냥 신묘한 신의 뜻으로 남겨 두면 되는 것이었다. 나만 지옥에 안 가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유다에 감정이입을 하자, 갑자기 모든 게 달리 보였다. 내가, 신의 아들을 배신하고 지옥 간다. 영원히 … 오, 무서워. 근데 그거 예정된 거였다며. 신의 스케줄을 인간이 변경할 순 없는 거잖아. 나의 지옥행이란 사활적 이해가 걸리자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허락되었다는 논리 정도론 설득이 되질 않았다. 자신의 운명을 전면 거부할 수 있는, 신과 대등한 정도의 자기결정권이 유다에게 주어지지 않는 한, 그에게 전적 책임을 묻는 건, 부당했다. 게다가 딱 한 번밖에 없는 삶에서 영구 지옥행 배역이라니. 너무 가혹했다. 그때부터다. 더 이상 내가 유다가 아니라는 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게 된 것이.

그러나 그 최초의 회의로부터 무신론자가 되기까진 10년이 더 걸렸다. 솔로몬 대왕의 제국이란 게 겨우 경상북도 크기에 불과한 지역 토후국 수준이었단 걸 깨닫는 것과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까. 그렇게 까불다가 신이 실재하면 어떡해. 신이 없는데도 있는 줄 알아서 입게 되는 피해라 해봐야 주말 몇 시간이다. 그러나 신이 있는데도 신을 부정하다가 입게 될 피해는, 영원한 지옥. 그 피해 정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확신할 수 없을 땐 피해가 적은 쪽을 택하게 마련. 이성이 신을 부정할 때, 마음은 끊임없이 그렇게 작동했다. 회색분자 10년 세월은 순전히 그 공포 덕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공포를 정면으로 대면하는 순간, 난 무신론자가 되었다.

2. 인간은 있는데도 없다고 믿는 부정 오류의 피해가 치명적일 때, 없는데도 있다고 믿는 긍정 오류를 저지르도록 진화해왔다.

저 나무 밑에 사자가 있는지 없는지 불확실한 땐, 항상 있다고 상정하고 주의한 자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거니까. 오류의 대가는 목숨이니까. 마음이란 그렇게 작동하도록 세팅되었다.

신에 대한 입장 역시 같은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없다고 단정하기엔 그것이 오류일 때 치를 대가가 너무 막대하다. 그 맥락에서 신앙심은 하나의 적응. 개체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주변 정보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도록 특정 부위가 눈이란 광학기관으로 발달한 것이 적응인 것처럼. 눈이 물리적 신체기관이라면 신앙심은 인지적 심리체계라는 게 다를 뿐. 결국 절멸 공포와 생존 본능이 조립해낸 하나의 적응인 게다.

그리고 그 신에 대한 입장의 차는, 물론 양육 중요하나, 기질의 차에서 판가름 난다. 무신론자 되는 자들, 미지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처하는 마음의 작동 방식이, 그렇게 생겨 먹은 거라고. (공포와 대면하는 서로 다른 두 태도가 좌우고 그것이 기질 탓인 것처럼. 기독교근본주의와 우파의 결탁은 그래서 찰떡궁합이다. 이 이야긴 다음 기회에 더 하자.)

3. 결혼 생활에서 신앙인과 무신론자의 조합이 힘든 이유, 거기 있다. 그 둘은 세상의 인과를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로 해석한다.

당신과 그의 차이는, 지적 수준의 차가 아니라, 세상만사를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해법 내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는 데서 비롯되는 거다. 당신 둘의 충돌은 그렇게 태생적인 거라고. 그 차이, 오래 산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하여 내 생각은 그렇다. 그와 헤어진다고 더 행복해진단 보장 따윈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처럼 살면 불행해질 거란 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건투를 빈다. 졸라.

PS - 종교란 내가 두렵단 이유로 우주 질서가 나를 중심으로 재편되길 요구하는 응석 그리고 강짜.(난, 무신론자라니까. 후다닥.)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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