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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구글 불법 찾아라" '실명제 거부' 보복

입력 2009. 04. 17. 07:29 수정 2009. 04. 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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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구글 '표현의 자유' 고수…정부와 충돌

'굴복' 국내 업체…누리꾼 비난에 곤혹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도입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구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나섰다. 모든 인터넷 사업자에 차별 없이 실명제라는 규제를 적용하려는 한국 정부와, '익명성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세계 어느 곳이든 유지하려는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사이의 충돌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9일 구글의 결정으로) 방통위가 발칵 뒤집혔다"며 "구글을 그대로 둘 수 없으니 징계할 거리를 찾으라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관련팀이 불법성 여부를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9일 유튜브에서 '한국' 국적으로 동영상 등을 올리는 기능을 차단하면서 실명제 적용을 사실상 거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애초 방통위는 "행정조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며칠 만에 확 돌아서게됐다. 구글의 방침은 사실상 규제 회피인데, 규제당국인 방통위가 손 놓고 있을 형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황철증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관도 "구글이 국내에서 하는 여러 서비스들에서 위법사항이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코리아는 국내에서 유튜브 외에도 검색·키워드광고 등 여러 사업을 하고 있어, 음란물이나 불건전 광고, 저작권 분야 등에서 위법성이 드러날 수 있다.

앞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구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최 위원장은 "(구글의 조처로) 한국이 인터넷 후진국이고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왜 수수방관하느냐"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너무 상업적인 눈가리고 아웅 식의 구글 쪽 태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며 "구글코리아 대표자를 만나 진의가 무엇인지와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구글코리아 이원진 대표는 16일 <문화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업로드 기능 차단의) 진의는 없고 보이는 게 전부다"라며 "본사와 협의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으로, 한국 시장을 중시해 장기적으로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구글 본사 차원에서 내린 결정인 만큼 한국 정부의 입김에 좌우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이 규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열어줄 계기를 만들면 국내 인터넷 문화가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업체를 놔두고 국내 업체들에만 규제를 강요할 경우 '역차별 문제'가 생겨난다. 한 포털업체 임원은 "구글의 결정을 보고 부러운 한편 참담했다"며 "국내 사업자들은 원치 않는 규제를 따르면서 이용자들로부터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창민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접속 가능한 외국 사이트에 대해 모두 본인확인제를 적용하거나, 아니면 국내 사업자들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공평하지 않으냐"고 업계의 불만을 전했다.

인터넷 규제를 둘러싼 정부와 구글의 충돌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인 인터넷에서는 지리적 영역에서 규제를 적용해도 실효가 적다는 특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구글과 같은 경우를 방치하고는 인터넷정책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인터넷 컨설팅회사 '검색엔진마스터'의 전병국 대표는 "정부와 구글이 서로 합의점이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구글이 한국 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부가 채찍만을 써서 얻을 게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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