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겉도는 은행 자본확충펀드.. 7% 안팎 고금리탓 은행들 외면

입력 2009.04.19. 18:39 수정 2009.04.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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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자금 유입" 헛구호 … 대출받은 중기만 부담 떠안아

은행 자본확충펀드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시중금리보다 높은 연 6∼7%대의 고금리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의 펀드 지원금으로 은행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은 높은 이자 부담에 시달려야 하고 은행은 펀드를 외면하고 있다.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높여 자금을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려던 정부 정책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자본확충펀드,고금리 된 이유=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 10조원, 산업은행 2조원, 기관 및 일반투자 8조원으로 조성됐다. 이 가운데 한은과 산은이 분담한 12조원은 은행의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 채권)과 후순위채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지원되고, 민간자본은 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를 유동화증권으로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 민간의 투자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수준에 맞춰 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펀드 운용수익이 시장금리보다 현저히 낮을 경우 민간이 자본을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실시된 자본확충펀드 1차 대출금 3조9560억원의 금리는 연 6.46∼7.06%로 책정됐다. 5%대의 신규 담보대출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재의 대출금리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자본확충펀드는 최장 30년간 해마다 1조3200억원의 이자 수입을 챙기게 된다. 수익금은 펀드 운영을 위해 설립된 자본확충SPV유한회사와 돈을 댄 한은과 산은, 민간부분이 나눠 갖게 된다.

하지만 조달비용이 높아진 은행들은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 고금리로 대출할 수밖에 없어 중소기업으로 이자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는 중소기업 대출과 무역금융 등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으로 용도가 한정돼 있다"면서 "은행이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서는 현재 5%대인 대출금리를 연 8∼9%로 올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보통주를 인수, '0%' 금리로 공적자금을 수혈하고 있는 선진국과 대비된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경영간섭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게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은의 자본확충펀드 참여를 결정한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펀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위원들은 자본확충펀드에 모든 은행이 참여하는지, 어느 정도 참여하는지 등에 대한 계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면서 확충된 자본이 중소기업 신규대출 등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서 반드시 소진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고금리 부담으로 기피=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은 자본확충펀드의 추가 지원을 받지 않고 대신 유상증자와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4일 주당 1만6800원씩 모두 7800만주를 유상증자해 1조3104억원의 자기자본을 확충했다. 기존 주주로부터 증자에 필요한 납입금을 받은 것이어서 별도의 비용 없이 자본을 확충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4일 1조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연 6.46%의 자본확충펀드보다 0.76%포인트 낮은 5.7%로 발행해 380억원의 이자 부담을 줄였다.

은행 관계자는 "이미 필요한 만큼의 자본을 확보했기 때문에 자본확충펀드에 기댈 필요가 없으나 각 은행별로 소진 한도를 책정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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