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시대 '카운트다운']우주강국 코리아 '카운트다운'

2009. 5. 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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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5. 4. 3. 2. 1. 발사!' 2009년 7월 ○○일, 긴장된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탯줄'인 케이블 마스트가 마지막으로 분리되고 국내 첫 우주 발사체(KSLV-Ⅰ)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박차고 굉음과 함께 날아올랐다. 순간 발사대에서 2km 떨어진 발사통제동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연구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02년 발사체 개발 사업을 시작한 지 7년 만의 쾌거다. 같은 시각 우주센터 통제로 고흥군 남면 남열해수욕장 전망대에 모여 있던 인파와 TV로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도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위성 발사는 론치 윈도(Launch Window), 즉 '하늘 길이 열리는 시간'에만 가능하다. 궤도에 안착한 위성이 태양광 패널을 펼 때 태양을 정면으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7월 말 하늘길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과 오후 각각 3시간이다. 발사대를 떠난 KSLV-Ⅰ은 수직으로 솟구친 뒤 방향을 정남으로 틀어 우주강국의 꿈을 안고 힘차게 뻗어 나갔다.

장면2. 국내 유일의 위성개발 업체인 쎄트렉아이 박성동 사장 집무실에는 1970년대 남미 에콰도르로 첫 수출 길에 오를 포니자동차 사진이 걸려 있다. 국내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개발에 참여한 카이스트 출신 연구원들이 1999년 창업한 이 회사는 소형 위성을 제작해 수출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포니를 수출하던 그때 심정으로 위성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국이 쎄트렉아이가 개발한 위성을 구매했다. 모두 합쳐 3330만 달러 규모다. 포니를 수출하던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벤츠와 경쟁하는 것처럼 언젠가 세계 위성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야무진 꿈이다. 쎄트렉아이는 우주산업의 잠재력을 한층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5월 중순 준공식오는 7월 말이면 한국은 인공위성 자력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 클럽' 국가가 된다. 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에 이어 10번째다.

우주개발 기술은 크게 인공위성과 발사체, 발사장(우주센터)으로 구분된다. 한국은 소형 위성을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위성 분야에서는 앞서 있는 반면 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 기술은 북한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처음부터 발사체 기술에 약했던 것은 아니다. 과학사를 연구해 온 박성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고려 때 최무선과 조선 초 신기전 개발 이후 로켓 강국"이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가깝게는 1950년대 말과 '자주국방'을 내건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로켓 개발이 활기를 띠었다. 이때 활약한 인물이 바로 골프 천재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의 할아버지로 더 유명한 위상규 박사다. 한국은 1978년 사거리 180km인 중거리 미사일 '백곰'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1980년대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독자 로켓 개발을 견제하던 미국에 '장거리의 로켓 개발 포기' 각서를 썼다.

한국이 로켓 자체 개발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3년부터다. 과학 관측 로켓 1호(KSR-1) 성공 이후 KSR-2(1998년), KSR-3(2002년)이 차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주개발에 실제 쓰일 수 있는 발사체 기술 연구는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의해 KSLV-Ⅰ 프로젝트가 출범한 2002년부터 비로소 본격화됐다.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은 "우주 발사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속 능력"이라며 "위성을 궤도에 올리면 초속 8~10km까지 나와야 하는데 과학 로켓은 초속 3~4km의 초보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학 로켓에서 우주 발사체로 넘어가려면 엄청난 '기술적 도약'이 필요하다는 걸 뜻한다.

한국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을 선택했다. 발사를 앞둔 KSLV-Ⅰ은 위성을 탑재하는 상단부(2단)는 국내 기술로 만들었지만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1단은 러시아에서 도입했다. 이번 발사를 통해 발사대 등 인프라 구축, 운영 기술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2017년까지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KSLV-Ⅱ) 사업이 완료되면 우주개발에 필요한 기술 자립은 비로소 완성된다.

우주 분야는 대표적인 미래 성장 산업이다. 한국형 발사체가 만들어지면 나로우주센터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을 대신 발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박 단장은 "세계적으로 매년 50~100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된다"며 "이 수요의 상당 부분이 발사 서비스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 서비스 비용은 소형은 3000만 달러, 대형은 1억 달러에 이른다. 인공위성 분야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결실을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소형 위성을 수출한 쌔트렉아이가 그 선두주자다.

7월 말 첫 발사가 예정된 나로우주센터는 5월 중순 공식 준공식을 갖는다. 2009년 대한민국에서 우주로 가는 하늘 길이 열리고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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