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 너 기자놈만 아니면..!"

2009. 6. 1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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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변윤재 기자]

◇ 국민행동본부와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 철거를 요구하며 막아서는 일부 시민들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국민행동본부와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 철거를 시도하며 막아서는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너 누구야? 어디 기자야?""여기 적혀 있잖아요. 사진 기자예요, 사진기자.""(여기 우리가) 얼굴 모르는 놈들이 사진 찍으면 다 뺏어. (사진) 다 지워!""출입증 보여줘요, 명함이랑. 혹시 조중동 기자 아니예요?" 15일 오후 4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 사진기자들과 카메라 기자들이 난데없는 '언론사 색출'에 곤혹을 치렀다.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마치고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의 철거를 요구하며 모인 국민행동본부와 애국기동단 등 보수우파측과 시민상주 등 진보좌파측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민분향소에 모여있던 이들이 기자들에게 '출입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며 소속 언론사 '확인'에 나선 것.

특히 카메라 기자들이 양측 간 충돌을 찍자 시민상주측과 진보좌파 성향의 시민들은 "채증하는 거냐" "니가 뭔데 내 얼굴을 찍냐. 명백한 초상권 침해" "이 XX, 너 기자만 아니면 죽었어" 등 욕설과 막말을 쏟아내며 카메라를 가리거나 뺏으려 덤벼 들기도 했다.

이들은 "언론이 이명박 정부와 손잡고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님의 죽음을 슬퍼하고, 정치적 음모임을 아는데, 진실과 정의를 알려야 할 언론사가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적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KBS는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이어 이날도 '곤혹'을 치렀다. 이들은 "KBS는 거짓말 방송" "무슨 권리로 찍냐, 나가라"고 불쾌감을 표했고, 일부는 카메라 기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니네 사장부터 바꾸고 나와" "(경찰 대신) 채증하냐" 등 고함을 질렀다.

MBC에 대해서는 "진실을 알려라" "왜 수구 매국노쪽만 찍어주냐" "우리에게 이래도 되냐"며 항의했고, SBS는 '시민의 적'에서 '돌아온 탕자'로 취급하며 "늙은이들 난동 부리는 것부터 찍으라"고 재촉했다.

사진기자들도 표적이 됐다. 'Press' 완장을 차지 않거나 출입증을 목에 걸지 않은 사진기자들은 시민상주측에 제지 당했다. "출입증과 명함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 몇몇은 사진기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진기 뺏어"라고 달려들어 사진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는 사진기자에게 보수우파측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고성을 주고받는 장면을 "이 자리에서 당장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국론분열 분향소 철거해야" vs "고작 10평 갖고 무슨 정치성 운운하냐"

오후 4시 30분경 국민행동본부와 해병대와 특전사 출신 96명으로 구성된 '애국기동대', 보수우파 성향의 시민 100여명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모였다.

앞서 국민행동본부는 이날 오후 12시까지 시민분향소 철거를 요청했었다.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순수하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광우병 촛불집회와 같은 폭발력은 없지만, 시위 주도 세력들이 노 전 대통령 분향소를 중심으로 주말마다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고인을 2번 죽이고, 불법폭력시위로 번질 수 있는 이같은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국민행동본부측의 입장이다.

국민행동본부측은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었으나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현장을 지켜 보자"며 일단 '관망'쪽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태극기를 손에 든 보수우파 시민들과 진보좌파 시민들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공간에 있던 이들은 산발적으로 말싸움을 벌였고 고성이 오갔다. 30여명의 보수우파 시민들이 시민분향소로 다가가자 이내 밀치고 밀리는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50, 60대 노인에게 20대 후반의 젊은이는 "곱게 늙어야지, 추하다"고 비난했고, 노인이 "예의가 없다. 집에서도 그러냐"고 대꾸하자 "우리집엔 매국노가 없다"며 눈을 치떴다.

백발의 70대 노인은 "이제 그만 해야지, 당신들은 안 늙을 것 같냐. 집에서 보니 답답해서 나왔다"고 말하다 30, 40대 진보좌파 성향의 시민에게 둘러싸였다. 시민들은 "3만원 짜리 알바생들 저리 가"라고 외쳤고,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이 노인의 뒷통수를 내리쳤다.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던 노인은 이내 진보좌파 성향의 시민들에 의해 밀려났다.

◇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진보좌파 성향의 시민들은 '보수우파 = 뉴라이트 = 친일파'라는 공식을 세운 듯 했다. "뉴라이트"를 외치거나 "친일파" "매국노" "꺼져" 등 격한 감정을 드러냈고, 폭언도 쏟아졌다. 보수우파 시민들도 이들과 고성과 욕설을 주고 받으며 맞섰다.

보수우파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은 북한에 돈을 퍼줘 핵무기를 만들게 해 준 역적"이라며 "작금의 위기를 부른 그런 이에게 공공의 장소에서 분향소를 만들어 분향을 하는 게 옳으냐"고 비판했다.

이에 시민상주측과 진보좌파 시민들은 "그건 정치적 문제니 여기서 논할 게 아니다"면서 "대한민국 땅 수천만평 가운데 고작 10평만 쓴다는 건데 왜 안된다고 막느냐. 마음같아선 3년상을 하고 싶은데도 여의치 않아 49제만 하자는 거니, 그때까지만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응수했다.

경찰은 오후 4시 40분경 대한문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분향소를 둘러싸 양측을 갈라놓았다. 전경버스 4대가 분향소 뒤편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시민분향소 진입이 여의치 않자, 오후 5시 30분 시청역 출입구쪽에서도 애국기동단과 국민행동본부 회원을 중심으로 시민분향소 철거를 시도하면서 시민상주측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 추모 현수막을 찢고 떼어낸 것을 발견한 시민상주측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양측 간 몸싸움이 붙었다.

보수우파 시민 1명은 양복이 너덜거릴 정도로 찢겼고, 60대 여성이 시민상주측 남성 2명과 말싸움을 벌이다 "갈보X 죽이겠다"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에 우산을 휘두르자, 20대 남성으로부터 뒷머리를 2~3차례 맞았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사이에 선 경찰 병력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진보좌파 시민들은 "뉴라이트들을 보호하려고 경찰이 둘러싸고 있다" "시민들 차별한다" "저들도 시위하는데 왜 방패로 안 찍냐"고 불만을 터뜨렸으나, 보수우파 시민들 쪽으로 진보좌파 시민들이 계속 넘어와 몸싸움이 끊기지 않았다.

◇ 데 한 보수단체 회원이 몸싸움 도중 바닥에 떨어뜨린 가스총과 탄환을 주워 챙기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이 "돌파하라"고 말하며 권총 모양의 가스총을 발사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국민행동본부와 애국기동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 철거를 시도하자 분향소 쪽에서 시민들이 ´뉴라이트 물러가라´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에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이 허공을 향해 가스총을 3차례 발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애국기동단과 국민행동본부측은 "정면돌파를 시도해야 한다"며 2차례에 걸쳐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 병력에 가로 막혔다. 이들은 "3일 후에도 철거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철거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한 뒤 해산했다.

서정갑 본부장은 "중구청에 철거 요청을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유지되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나라가 분열되는 모습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경찰과 정부는 법대로 원칙대로 하지 않고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본부장은 "지금 저들의 행위는 무법으로 대한민국을 망신 주는 것과 같다"며 "'보수우파는 물리적 충돌을 피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런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데,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분향소에 모인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대한문 앞 12개 중대를 배치하고 전경버스 4대로 차벽을 세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또 보수우파 단체 회원들이 항의시위를 벌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여의도 MBC, KBS 사옥 등지에도 총 22개 중대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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