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미산으로 학교 옮기려는 홍대, 널 못 믿겠어

위성남 2009. 7. 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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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위성남 기자]

서울시 마포구에는 산이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작은 산이 있다. 해발 66미터, 면적 약 12만㎡(약 4만평) 크기의 성미산이 그곳이다. '성미산마을' 때문에 더 잘 알려진 이곳은 2001년부터 2003년 사이에 개발을 여부를 두고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뜬금없이 성미산 꼭대기에 배수지(수돗물 수압을 높이기 위한 물탱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성미산 남사면(南斜面) 일대 약 2만 1485㎡(약 7000평) 정도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었던 한양재단에서 아파트도 덩달아 짓겠다고 나서면서 배수지 건설 계획의 배경에 의심을 가졌던 바 있던 곳이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홍익학원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교 정문, 홍익대 홍문관
ⓒ 위성남
바로 이 성미산 남사면 부지를 매입한 홍익학원에서 이제는 홍익대학교 구내에 있는 홍익여중고등학교와 초등학교를 이곳으로 옮기겠다고 나섰다. 지난 6월 30일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에서는 '학교 이전을 위한 도시계획시설(학교) 결정 협조에 관한 청원'의 취지 설명이 있었다. 

홍익초·중·고 이전을 요청하는 이 청원서를 제출한 윤정용 의원(마포구 제3선거구 시의원)은 취지 설명에서 "홍대부속 초·중·고는 교실이 매우 부족"하며, 더구나 "공부하고 있는 건물에는 화장실이 없어 대학건물까지 가서 용변을 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홍익학원은 대학 중에서 적립금이 많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홍익대의 누적적립금은 3697억 원으로 이화여대의 뒤를 이어 전국 사립대학교 중에서 두 번째로 많다(한국사학진흥재단 발표 '2007회계연도 사립대학 재정통계 조사결과'). 이러한 내용은 2008년 10월에 홍익대학교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에서 그 내용을 자세히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적립금이 "학생들의 연구기금이나,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학기금 및 등록금 경감 지원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건축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익대학교는 2007년도 적립금 790억 원 중에서 99.18%인 783억 6000만 원이 건축 적립금으로 사용되었다. 그 중에서 장학 기금 적립금은 불과 1900만 원이었다. 

지난 4월 24일 MBC 뉴스데스크 집중취재("대학 이래도 되나... 새나가는 등록금")에서 드러났듯이 매년 6%에서 8%의 등록금 인상률을 보이고 있는 홍익대는 그 등록금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재단 소유의 초·중·고등학교 건축 설계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또 초·중·고등학교 신축 공사 관리비로 대학 등록금 13억여 원이 배정됐다. 여기에 나오는 재단 소유의 초·중·고등학교 건축 설계비가 바로 성미산으로 이전을 계획하며 사용한 등록금이다. 이는 재단 예산을 써야 하는 곳에 학생들의 등록금을 편법으로 전용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홍익학원에서는 홍익 초중고등학교를 이전한 뒤 그 자리에 지어 질 건물은 '교육 시설'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이 부지는 홍익대학교 캠퍼스와 인근 주택가·상업지가 맞닿은 노른자위 땅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자세한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그러나 '홍문관'의 경우를 견주어 보면 그 남은 건물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무려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건립한 홍문관(대학교 정문에 위치한 신축 건물) 건물의 경우, 명백히 대학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홍익대학교의 부족한 교육 공간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대신 기업체 사무실, 치과, 제과점, 고급레스토랑, 커피전문점 등 상업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은 학교 건물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전할 학교 부지에는 비밀이 숨어 있나

홍익초중고등학교를 이전할 성미산 부지는 마포구 성산동 산 11-31(임야)과 산11-60(임야)번지에 해당한다. 그러나 동사면(東斜面) 일부 지역인 성산동 243-2(대지)와 243-3(대지)번지(약 1천평 규모) 또한 홍익학원 소유로 되어 있으나, 현재 그 구체적인 용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의 일부는 학교 부지로 포함시켜 놓고 있으나, 나머지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2008년도에는 이중 243-2번지를 중심으로 한 부분을 학교 부지에 포함시키지 않고, 이곳에 예술문화센터(상업시설)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나, 현재는 이 중 일부를 학교 부지에 포함시켰다.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그 구체적인 용도를 밝히고 있지 않다. 그리고 243-3번지 일대에는 외국인교수 기숙사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오락가락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다. 여기서 예술문화센터는 말이 예술문화센터이지 그 실제 내용은 미술학원을 임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익학원 측은 학교 이전으로 인한 자연 환경 훼손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말을 그대로 믿기는 쉽지 않다.

학교 옮기려고 허위로 서명 조작한 홍익대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에서 학교 이전 취지 설명 자리에서 윤정용 의원은 만약 학교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학교의 이전을 염원하여 서명한 5만 5000여 주민들의 실망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서명에 참여한 5만 5000여 주민들의 실체를 알고 나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홍익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홍익학원이 학교 옆 노른자위 땅에 위치해 있는 산하 초·중·고등학교를 성미산으로 옮기려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재단 소속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학교 이전 찬성 서명을 강요해 물의"를 빚었다.

또한 홍익대학교는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에 상정된 "마포구 성미산 전체의 생태적 근린공원 지정에 관한 청원"(조규영 의원 소개)과 "학교 이전을 위한 도시계획시설(학교) 결정 협조에 관한 청원"(윤정용 의원 소개), "도시계획시설(공원) 변경결정에 대한 의견청취안"(서울특별시장 제출)에 대해 재단 측에 유리한 결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성미산마을은 도시 속 마을공동체로서 미래 대안적인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마을 내에 환경위원회를 구성하여, 저탄소마을만들기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녹색가정과 녹색사무실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스스로 지속 가능한 삶의 양식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 한 가운데 성미산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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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성남 기자는 성미산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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