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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장만 10년 걸려도 어려운데..맞벌이도 아이 낳는건 사치

입력 2009. 08. 04. 16:43 수정 2009. 08. 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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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율 1.19명…한국경제가 무너진다 ③ ◆

# 사례"둘째 출산계획 없습니다." 은행원 김 모씨(37)는 여덟 살 된 아들을 두고 있지만 둘째 아이를 출산할 계획이 없다. 첫째 아이가 은근히 동생을 바라지만 들어주지 않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가 결정적인 이유다. 학원비와 보육도우미 비용에만 월평균 200만원 가까이 들어서 큰 부담이다. 은퇴 시점도 빨라지고 집을 장만해서 노후 준비도 해야 하는데 걱정만 쌓여간다. 남들은 '남편과 맞벌이하면 소득은 충분하겠다'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김씨의 가계부는 저축은커녕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김씨는 학교에서 최소한 외국어만이라도 잘 가르쳐서 학원비가 줄었으면 기대한다.

'출산비용, 기저귀와 분유, 어린이집과 유치원, 음악ㆍ미술 학원, 조기유학, 입시학원, 대학 등록금, 어학연수, 결혼비용….'

대한민국 부모들이 자녀를 뒷바라지하면서 평생 쓰는 주요 양육비 목록이다. 또 의료비나 옷값, 교재비, 용돈 등 부가적인 비용도 상당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6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 조사'에서 자녀 한 명을 출산해 4년제 대학을 졸업시키려면 총 2억3200만원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자녀 양육비용은 이것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관측이 대세다.

기본적으로 양육비용이 예전보다 급격히 오르고 있는 데다 사교육비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 중 75.1%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20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3000원이다. 특히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 가구는 자녀 1인당 매월 47만4000원을 사교육비에 쓰고 있다.

이 같은 양육비 부담은 가계를 압박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여성의 첫 결혼 시기는 점차 늦춰져 지난해 기준 28.3세를 기록했고 평생 1.19명의 자녀만 낳고 있다.

기본적으로 부부끼리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팍팍한 점도 저출산 문제의 걸림돌이다. 월급을 꼬박 모아도 서울에서 집을 장만하려면 10년 이상 걸리는 힘든 현실에서 자녀를 낳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많은 가정이 '아이가 먼저냐, 집이 먼저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재테크를 생각하다 보면 출산 시기를 놓쳐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그나마 한 명만 낳는 경우가 흔하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서둘러 노후 준비가 필요한 점도 출산을 가로막는다.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 지출이 많아졌는데도 노후를 위해 일부 소득을 저축하다 보면 둘째 아이 출산을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부모들은 역시나 '돈' 때문에 출산을 꺼리고 있다"며 "최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녀 양육을 개인들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가가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해서 사교육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 밖에 △종일반 운영 보육시설 확충 △출산 후 재취업 장려 △직업훈련 강화 등에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양육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한다.

프랑스의 경우 출산율이 1993년 1.66명으로 떨어지자 임신기간 출산비용을 100% 지원하고 공립 유치원비도 무료로 해주고 두 명 이상 자녀를 둔 가정에 가족수당을 지급하는 등 국가적인 노력을 펼쳐 출산율을 지난해 2.02명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등 출산여성에 대한 사회와 기업의 배려도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역시 중요하다.

이근면 삼성광통신 대표는 "자녀를 낳고 키울 때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세대 간 서로 공유해야 한다"며 "젊은 층이 스스로 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대대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이진우 차장 / 김은정 기자 / 강계만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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