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前대통령 국장]'물꼬' 튼 남북대화.. 경색국면 풀리나

유신모·안홍욱기자 입력 2009. 8. 22. 02:03 수정 2009. 8. 2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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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다 만나겠다".. 靑면담 가능성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21일 서울을 방문한 북한 조문단이 22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만나기로 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 상태에서 처음 성사되는 '고위급 면담'이 갖는 무게 때문이다.

북한 조문단의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회 빈소를 조문한 뒤 서울 동교동 김대중평화센터에서 이희호 여사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통일부 당국자는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논의할 의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지만 남북 사이에 쌓인 현안이 수두룩한 만큼 양측은 포괄적인 남북관계 문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현 장관으로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자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대북정책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며 진정성을 강조해왔다.

북측도 남북 당국간 대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북측 조문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이날 서울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한 뒤 김형오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즈음해 조의 방문단을 조직해 보내줬다"면서 "앞으로 내일까지 여기 있는데, 그 사이 여러분을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김 위원장의 의중을 받들어 서울에 왔으며 남측 당국과 폭넓은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동교동 김대중평화센터를 방문해 이희호 여사 등을 만난 자리에서 김 비서의 발언은 더욱 구체적으로 변했다. 이 자리에서 김 비서는 정부 당국과의 협의 문제와 관련, 홍양호 통일부 차관에게 "다 만나겠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고 배석한 박지원 의원이 밝혔다. 김 비서가 홍 차관에게 이같이 언급한 것은 사실상 당국간 직접 대화 제의나 다름없다.

북측과의 접촉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만날 계획이 없다"며 겉으론 소극적 입장을 개진했던 정부도 당국간 접촉에 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홍 차관은 김대중평화센터 측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김 비서 일행을 공항에서부터 줄곧 안내했다. 또 이날 평화센터 측이 주최한 비공개 만찬에도 통일부 당국자가 참석했다. 북측과 현 장관 간 면담 문제는 비공개 만찬 뒤 '연락관 접촉'을 통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조문단과 현 장관 간 면담이 '성과'를 보인다면 이 대통령 예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조문단의 공식 명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특사 조의방문단'이라는 북측의 설명은 이들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갖고 남측을 방문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다.

남북이 '고위급 대화'에 합의함에 따라 일단 양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를 어느 정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김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활로가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적극적인 유화 움직임에 정부가 대응할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정부로선 그동안 북한의 변화된 모습이 대북 강경책의 효과라는 자신감, 남한 보수세력 의식, 미국과의 대북제재 공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중대 기로에 섰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 유신모·안홍욱기자 simon@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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