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 호칭.. 발해는 당의 지방정권 아니다

입력 2009. 8. 26. 02:59 수정 2009. 8. 2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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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성서 발해 황후 묘지·고구려 양식 금제 관식 발굴… 중국 동북공정 반박 자료 주목

중국 지린성(吉林省) 허룽시(和龍市) 룽하이촌(龍海村)에 있는 발해시대 유적인 룽터우산(龍頭山) 고분군에서 발해 3대 문왕(文王)의 부인 효의황후(孝懿皇后)의 묘지(墓誌)와 9대 간왕(簡王)의 부인 순목황후(順穆皇后)의 묘지가 발굴됐다.

또한 발해 무덤 최초로 고구려 조우관(鳥羽冠ㆍ새깃털을 꽂은 관)의 전통을 잇는 금제 관식(冠飾 왕과 왕비가 쓴 관의 장식물)도 발견됐다.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가 발간하는 잡지 '고고(考古)' 6월호는 2004~2005년 실시된 룽터우산 고분군 중 발해 고분 14기에 대한 발굴 성과를 실으면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발굴을 담당한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와 옌볜조선족자치주 문물관리위원회 판공실은 '지린 허룽시 룽하이 발해 왕실묘장 발굴 간보'라는 제목의 보고를 통해 효의황후와 순목황후 묘지가 각각 대형 석실묘인 M12와 M3 묘에서 출토됐다고 밝혔다.

홍갈색 사암을 재료로 한 순목황후 묘지(너비 34.5㎝, 높이 55㎝, 두께 13㎝)에는 세로 9행에 걸쳐 총 141자를 새겼으며, "발해국 순목황후는 간왕의 황후 태씨(泰氏)다"는 등의 내용이 비문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묘지 실물 사진과 정확한 비문 내용은 아직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송기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묘지에 '황후'라는 호칭을 썼다는 사실은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당나라의 지방정권으로 보는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반박하는 자료"라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이번 보고는 간략한 형태라 자세한 내용은 정식 보고서가 나와야 알 것 같다"면서 "발굴한 지 5년이나 흐른 후에야 결과를 공개했다는 점이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금제 관식 또한 동북공정의 반론 증거로서 주목된다. 부부합장묘로 추정되는 M13ㆍM14 묘 중 M14묘에서 출토된 금제 관식은 새 날개의 이미지를 세 가닥의 식물 이파리처럼 도안화한 것으로, 물고기알모양무늬와 구름무늬, 인동당초무늬가 새겨져있다.

'고고'지에 실린 사진을 검토한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내부 문양이 발해 금속공예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면서 "고구려 조우관의 전통이 발해까지 면면히 계승됐음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조우관은 고구려 관료들이 썼던 독특한 양식의 관으로, 고구려 문화의 영향을 받은 신라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이번 발굴은 중국 정부가 발해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룽터우산 고분군은 1980년 문왕의 넷째 딸인 정효공주(貞孝公主ㆍ757~792) 묘가 발굴된 곳이기도 하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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