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폭락보다 무서운건 '부동산 불패'

입력 2009. 9. 5. 02:11 수정 2009. 9. 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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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지난해 9월15일 미국의 4대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뒤로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7000선을 뚫고 추락할 듯 위태위태하더니 어느 결엔가 9300선까지 회복했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1000선으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1600선을 상향 돌파하고 있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인한 세계 경제위기는 끝난 것일까?

●美 경제학자의 서브프라임 해법

로버트 쉴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버블 경제학(원제:서브프라임 솔루션· Subprime Solution, 랜덤하우스 펴냄)'이란 책을 통해 "서브프라임 문제가 곧 끝날 단막극으로 생각하고 싶겠지만, 비극적이고 복잡한 장막극의 1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의 예측은 빗나간 것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위기 종료 여부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고 한다. 쉴러 교수는 미국의 권위 있는 주택가격지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지수'의 창안자로, 주택값이 절정에 달해 일반인이 앞다퉈 투자에 뛰어든 2005년에도 집값에 거품이 끼었으니 곧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던 학자다.

일반인이나 경제학자나 하나같이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인을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기지 대출업체들, 관대한 신용평가기관들, 안일한 대출자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합작품'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쉴러 교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2005년 개정판을 낸 '비이성적 과열'에서 지적했듯이 부동산 버블과 주식시장의 버블이라고 누차 강조한다. 이것을 절실히 깨달아야 주택 및 금융시장을 제도적으로 재구성하는 근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쉴러 교수는 경제학자나 정부 등에서 주택가격이 명목가격을 유지해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실제로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적은 지출로 질좋은 주택에서 살 수도 있고, 여유가 생긴다면 가격이 하락한 주택을 한 채 더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부동산 불패'와 같은 신화가 생길수록 우리 삶의 질은 떨어지고 미래 후손들의 희생을 강요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시장 변화 이끌 기회 될 수도

저자는 마구잡이식 대출관행에 대한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수백만명의 저소득자들에게 주택을 보유할 기회를 효과적으로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1997년에서 2005년 사이 미국의 주택보급률은 65.7%에서 68.9%로 3.2%포인트 증가했다. 35세 이하인 사람들과 소득이 중간이하인 사람들, 라틴계 미국인들, 아프리카 미국인들의 주택보급률이 서구 역사상 가장 크게 증가했다. 때문에 어찌 보면 1990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출현은 원시적인 형태의 금융 민주주의의 도래라고 볼 수도 있다고 쉴러 교수는 주장한다. 다만 복잡해지고 있는 금융기구들을 지원할 리스크 관리 제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쉴러 교수는 1925~1933년까지 발생한 대공황을 치유하기 위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 등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 21세기까지 유지된 것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1930년대 미국정부는 우선 연방주택대출은행제도를 출범시키고, 1933년 연방예금보험공사, 1934년 증권거래위원회, 1938년 연방저당공사(일명 패니메이)를 발족하는 등 대공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것이다.

●국민 재무리스크 관리제도 필요성 제시

즉 쉴러 교수는 모든 위기는 변화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도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금융활동의 제도적 토대를 고치고, 국부를 다시 증대시켜, 우수한 금융혁신 모델을 강화해 위기가 닥치지 않았더라면 건설하지 못했을 더 나은 사회, 금융민주주의가 일반화되는 사회를 건설할 때라고 지적한다. 위기가 진행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번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통해 금융선진화가 아니라, 금융민주화를 위해 각국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애쓰기보다 국민의 재무관리를 도와주고, 시장 심리가 투기로 흐르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 소비자를 위한 금융감시기구를 만들고, 주식시장의 공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통합 금융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저소득층을 위한 지속적인 워크아웃형 모기지를 내놓으라고 말한다. 그러면 경제위기에 모기지 탓에 집열쇠를 내놓아야 하는 주택구매자뿐만 아니라 비주택 소유자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리먼 사태로 혼란스러운 경제상황에서 2008년 가을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영문판을 먼저 읽고 출입기자들에게 권한 책이다. 올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문경영인(CEO)이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했다. 1만 3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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