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신종플루 날로 확산에 인사법에도 변화 바람

윤시내 2009. 9. 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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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21세기의 재앙 신종플루가 세계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신종플루에 감염된 사람의 재채기나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입이나 코를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통적인 인사법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신종플루의 최초 발화점인 멕시코에서 깜짝 놀랄만한 속도로 감염이 확산되며 지나치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당국의 초동 대응이 미숙한 탓도 있지만 라틴계 특유의 포옹과 뺨을 부비는 볼키스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당초 신종플루는 여름 더위와 함께 잦아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과는 달리 확산 추세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고 급기야 플루가 퍼지기 쉬운 가을 환절기로 접어들면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세계인들의 인사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미국부터 중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세계인들이 즐겨 하는 6가지 인사법에 따른 신종플루의 감염 위험도를 삽화로 게재해 시선을 끌었다.

키스를 제외한 6가지 인사법 중 가장 감염의 위험이 높은 것은 입을 상대 볼에 맞추거나 볼을 부비는 행동으로 '아주 높음'이라는 등급을 매겼다. 이와 관련, 스페인에서는 최근 보건장관이 볼에 가볍게 키스하는 인사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위험한 인사법은 두 손으로 상대를 완전히 끌어안는 '풀 바디 허그(Full-Body Hug)'로 '높음' 판정을 받았다. 상대와의 밀착으로 호흡기를 통한 감염 위험이 특히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사법은 중동 지역에서 일반화된 것으로 레바논부터 쿠웨이트에 이르기까지 무슬림 국가들은 라마단 기간 중 과도한 포옹을 삼가라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세 번째는 가볍게 포옹하는 '반 포옹'으로 '약간 높음'으로 나타났다. 네 번째 인사법은 전 세계인들이 가장 즐기는 악수로 '약간 낮음'이라는 등급을 받았다. 그 다음은 남성들이 흔히 즐겨하는 주먹을 가볍게 마주치는 '피스트 범프(Fist Bump)'로 판정 등급은 '낮음'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위험도가 낮은 인사법은 최근 유행하는 팔꿈치 부비기. 바로 '엘보우 럽(Elbow Rub)'이다.

뉴욕타임스는 신종플루로 인해 서구인들이 전통적인 인사법을 꺼리고 있어 예의와 위험 방지를 놓고 갈등을 겪는 등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종플루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고 수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감염 위험이 높은 인사법은 안하는 게 바람직스럽다고 지적했다.

사실 키스나 포옹의 인사법은 서구인들과 일부 라티노들에 국한된 것이라는 점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악수이다. 악수는 본래 서구인들 사이에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유래된 인사법이지만 오늘날 보편적인 인사법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다.

물론 악수 자체로 신종플루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손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코와 입을 만지게 된다는 것이다.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묻은 손을 잡은 손으로 무심코 코와 입을 만지면서 균이 침투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로의 몸이 닿지 않는 것은 물론, 가급적 1~1.5m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재채기나 기침을 해도 공기 중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태평양 사모아에서는 균의 침투를 막을 수 있도록 사람들은 악수를 생략하고 키스는 기피하는 한편 따뜻한 포옹은 등을 몇 차례 두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파이브 역시 손과 손이 맞닿는다는 점에서 악수에 준하는 위험도를 갖고 있다. 뉴욕주 글렌 코브의 학군에서는 학생들의 하이파이브를 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다. 신체 접촉을 피하기 어렵다면 주먹끼리 가볍게 부딪치는 '피스트 범프'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손의 바깥쪽이기 때문에 설혹 균이 묻어도 입이나 코로 전달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각되는 것은 목례와 같은 동양식 인사법이다. 꾸벅하고 절을 하는 것은 서구에서 공연장에서 청중에게 하는 인사법으로 인식돼 있지만 뉴욕처럼 많은 인종들이 뒤섞인 곳에서는 동양 문화를 존중하는 서구인들의 따라 하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뉴욕대 의대의 필립 티어노 교수는 "동양 사람들처럼 고개를 숙이는 인사법이 가장 안전하다. 그게 싫으면 그냥 말로 '하이!'하고 끝내라"고 권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유교 문화권과 동남아시아 불교 문화권의 경우 전통적인 인사법만 고수한다면 신종플루의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이미 보편화된 악수 인사로 이렇다 할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화인류학자인 알레산드로 두란티 박사는 "남태평양 사모아 사람들처럼 인사할 때 상대 손을 잡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든 인류가 악수 인사법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란티 박사와 그의 연구원들은 신종플루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봄부터 더 이상 악수로 인사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한인사회의 경우 신종플루의 두려움이 커지면서 음주와 음식 문화도 바뀌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술을 돌리는 주당들이 사라진 지는 오래 됐고 식사를 할 때 여럿이 한꺼번에 즐기는 찌개요리의 경우 국자 외에도 쓰던 수저와 젓갈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지만 이젠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심지어 공동으로 먹는 반찬도 따로 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플러싱의 박동훈 씨는 "음식을 함께 먹고 술잔을 돌리는 정의 문화가 보기는 좋아도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차제에 그런 습관을 개선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robin@newsis.com※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47호(9월2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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