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작가 배병우, 다음 사진은 '남해안'

유상우 2009. 10. 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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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새벽안개 자욱한 소나무 숲을 담은 사진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차 있다. 고요한 산사(山寺)에라도 온 듯 차분해진다. 소나무 외에도 꽃과 숲, 바다, 바위, 오름 등 그의 작품은 깨끗한 자연의 선물이다.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59)는 자연을 품고 자연에 안기는 사진가다. 낯익은 작품 속 풍경들에는 깊은 고요와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인공적인 자연이 아닌 자연 그대로 자연을 정직하게 포착한다. 특히, 빛과 선을 요체로 한국적 미감을 살린다.

사람과 동물에게는 관심이 없다. "연출적인 면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람을 다루는 것은 나에게는 어려운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흥미가 없고…. 어떻게 생각하면 내 작품은 자연의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 있다." 카메라 앵글에 차곡차곡 담는 자연은 "미완성"이라고 규정한다. 촬영에 시간적인 이슈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사진은 "특별히 누구에게 배우지 않았다. 귀동냥이지. 주로 책 사서 자율학습했다"며 껄껄거린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사진관련 책들을 보며 공부했지. 일본 잡지도 있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더라."

배병우의 정신적 스승은 헝가리 출신의 미국 화가 겸 사진가 나즐로 모홀리나기(1895~1946)다. "모홀리나기는 사진은 빛 그림이고, 카메라는 연필이라고 했다. 명쾌한 설명 아닌가." 초등학교 시절 그림 잘 그리는 아이였던 작가는 고1때부터 카메라를 잡았다. 그리고 대학때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은 팝스타 엘턴 존(62)이 2005년 당시 2700만원을 주고 구입해 화제가 됐다. 이명박(68) 대통령은 지난 6월 워싱턴 정상회담때 버락 오바마(48) 미국 대통령에게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집을 선물했다.

"소나무 전시를 몇 번 하다보니까" 소나무 작가로 통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틈새를 공략한 셈"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게 뭔가라는 생각을 하다보니까 소나무였다"는 고백이다. "문화적으로 소나무의 의미라든지,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 땅 위에서 소나무가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해서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 작품 97점을 걸고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소나무 사진을 비롯해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의 바다와 바위 사진, 오름, 창덕궁 정원 사진 등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망라했다.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을 담은 사진도 있다.

2006년 아시아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티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것을 계기로 알람브라 궁을 촬영하게 됐다. "스페인 정부 문화재 정책 담당자가 찾아와 알람브라 궁을 찍어달라면서 사진이 좋으면 전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알람브라 궁이 너무 친숙해 깜짝 놀랐다"며 "궁 뒤쪽 산에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모습이 남해안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부담 없이 셔터를 눌렀다"고 전했다. 올해 2월까지 2년간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을 렌즈에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가문의 영광"이라며 "이번 전시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새로운 작업을 하는데 용기가 될 것 같다."

여수 주변에 있는 섬을 사는 것이 꿈이었다. 중학생때 읽었다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거론하며 "나 역시 이상적인 섬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예전부터 섬을 사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주위에서 말려 포기했다"며 웃는다. 그러나 그 꿈은 여전히 살아있다.

최근에는 섬을 사서 기증할 생각도 했다. "아트파크를 만들 생각이었다"면서 "만약에 기업인이 나서서 하자고 하면 참여할 생각이 있다"며 진지하다. 2004년 일본 나오시마 섬에 설립된 지중미술관을 예로 들며 "미술관은 외부보다 내부의 소장품이나 볼거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은 남해안 풍경을 담을 작품을 구상 중이다. "'제주에서 여수까지'라는 테마가 될 것 같다"는 귀띔이다. "자연 속 사람의 모습도 들어가지 않을까?"라는 그는 "지난 25년간 소나무를 담았다면 앞으로 25년은 남해안의 풍광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25년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행운이겠지. 하하."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건축 잡지의 일을 맡기도 한 작가는 11월 초 창덕궁의 4계절을 담은 사진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건축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 들어 있는 건축사진집"이라고 소개했다.

덕수궁미술관 전시는 12월6일까지다. 02-2188-6000swryu@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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