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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국가대표' 삼례여중 축구부 실화 영화 만든다

완주|박용근기자 입력 2009.10.28. 18:24 수정 2009.10.2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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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환경의 선수 12명으로 전국 우승

지난 8월24일 경남 함안종합운동장.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땀으로 온몸을 적신 전북 완주 삼례여중 축구부 여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전국대회(제17회 여왕기 전국축구대회)에서 첫 우승을 일궈낸 순간이었다. 창단 10년 만이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전북 완주군 삼례여중 축구부 여학생들이 28일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 도중 공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완주 | 박용근기자2000년 창단했으나 전교생 250명에 축구선수는 단 12명. 결손가정 아이들이 대부분이며, 여학생들이었다. 읍 단위 학교로는 유일한 축구부였다. 인조잔디 연습장은 고사하고 신을 만한 축구화도 없었다. 맨땅에서 연습하다 보니 무릎과 허벅지가 성할 날이 없었다.

기숙사는 곰팡이 냄새에 찌들어 있었다. 한창 소녀의 꿈을 품어야 할 여중생들에게는 너무도 열악한 여건이었다. 힘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 소녀들은 스스로 만든 '축구가'로 마음을 달랬다.

'하루종일 공만 차고, 사람 참 환장하겠네. 이내 몸은 삼례여중 축구부란다. 남학생들아, 공 찬다고 괄세 마라. 이래 봬도 사랑에는 정열적이란다….'

최빛나 선수(3학년)는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후견인의 도움으로 살면서 남자아이들과 동네축구를 즐기던 소녀였다. 그런 그가 여왕기 전국대회에서 8골을 넣어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욕을 불어넣기 위해 축구부를 만들었어요. 역경 속에서도 똘똘 뭉쳐 결실을 맺은 거지요."(김수철 감독)

우승 직후 변화가 생겼다. 완주군 등이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다음달부터 운동장에 인조잔디 공사가 시작된다. 익산이 고향인 영화사(매직필름) 대표 최태환씨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어떻게 이런 여건에서 우승했는지 믿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영화로 담을 생각을 했어요."

최씨는 이 눈물 쏙 빼는 시골 여중생들의 감동 실화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했다. '제2의 우생순'이다. < 삼례여중 축구부(가제) > 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소녀들이 축구를 통해 자신을 단련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주연배우는 엄기준, 조민수, 김소은, 김뢰하씨 등. 영화는 내년 2월 촬영에 들어가 6월쯤 개봉될 예정이다.

김미연 선수(2학년)는 "우리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니 무척 즐겁고 보람차다"며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았는데 행복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 장차 태극 마크를 달겠다"고 말했다.

< 완주|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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