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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우파청년 데리고 왔다"

이영경기자 입력 2009. 11. 05. 17:47 수정 2009. 11. 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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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10년 공백 깨고 장편소설 '구월의 이틀' 출간친일 원죄·좌파 원한 없는 2000년대 우파 대학생 통해 논리 없는 그들 통렬한 풍자

소설가 장정일(47)이 10년 만에 장편소설을 들고 왔다. < 너에게 나를 보낸다 > , < 내게 거짓말을 해봐 > 등 내는 소설마다 기존 소설 양식의 해체, 권위주의적 질서에 대한 반항과 일탈, 노골적인 성애묘사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장씨였다. 1999년 <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 등 세 편의 소설을 연속적으로 펴낸 이후 오랜 공백 끝에 발표한 소설은 < 구월의 이틀 > (랜덤하우스). 장씨는 "우파 청년 탄생기이자 풍자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10년 만에 장편소설 < 구월의 이틀 > 을 펴낸 소설가 장정일씨. 장씨는 '우익 청년의 성장기'를 표방하며 한국의 보수를 비판하고 올바른 보수의 길을 모색한다. | 김기남기자"우파에 대한 희화화·풍자와 함께 바람직한 우파에 대한 기원을 담았습니다. 한국의 '올드라이트'는 일제시대와 독재에 부역한 원죄가 있고, '뉴라이트'는 80~90년대 소외되면서 좌파에 대한 원한과 피해의식이 있죠. 원죄도 원한도 없는 '퓨어라이트'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소설은 7년 간의 구상 끝에 탄생했다. 한국문학사에서 성장 소설은 좌파청년 일대기 일색이었는데, 제대로 된 우익 청년의 성장소설을 써보자는 게 그의 의도다. 장씨는 "제대로 된 우파적 가치가 자리잡은 유럽에서는 우익청년 일대기를 다룬 뛰어난 작품들이 있지만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부도덕한 우파가 득세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없었다"며 "2000년대부터 대학생 가운데 우파를 표방하는 청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라면 '우익청년 탄생기'가 시도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에 시작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날에서 끝난다. 우익의 위기의식이 극대화됐던 시기를 배경으로 금과 은이라는 출신도 성향도 대조적인 두 대학생이 혼란과 방황 속에 우정을 쌓으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금은 광주 출신에, 민주화 운동을 하다 노무현 정권 들어 청와대 보좌관이 된 아버지를 뒀다. 금은 권력지향적 인물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지만 아버지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이라크 파병 등으로 고뇌하다 야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으로 급기야 자살하면서 정치에 회의를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가 문학을 공부한다.

부산 출신으로 실패한 기업가 아버지를 둔 은은 시를 쓰는 문학청년이었지만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깨닫고 이를 짓누르기 위해 강한 것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우파의 가치를 받아들인다. 은은 문학을 버리고 정치를 택한다. 금이 과거 좌파청년의 성장담을 따라간다면, 은은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의 이념의 오류를 수정하며 '퓨어라이트'로 성장한다.

장씨는 "보수가 좋다는 게 아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이 바람직한 보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보수에 대한 그의 기대는 한국 보수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우익은 평등과 민주주의를 싫어하고 시장을 최고로 여깁니다. 제대로 된 서구의 우익은 시장을 순화하자고 하지 시장에 엎드리지 않아요. 또한 전통적 우익은 국가와 전통, 사회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덕목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10년 전에는 '빨갱이' 욕으로, 지금은 '시장이 다'라는 것으로 우익 노릇을 합니다."

소설 제목은 류시화 시인의 시 '구월의 이틀'에서 따왔다. 소설에 따르면 '구월의 이틀'은 "각성의 순간 혹은 내면에 억압된 정신적 상처와 같은 숨어 있는 이틀"이며 열정을 불태워야 할 청춘의 시기다. 그렇다면 소설의 숨어있는 이틀은? 장씨는 "우리가 김대중이나 노무현을 따르는 무리를 향해 '빨갱이'와 같은 인장을 찍어대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논리가 없기 때문이야.…저 인장들이야말로 논리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우리의 탄식이나 같은 거야"(294쪽)라는 구절이 숨겨놓은 '이틀'이라고 귀뜸했다.

소설은 동성애와 양성애에 개방적인 젊은 세대의 변화한 성문화도 함께 보여준다. 장씨는 "모든 성장소설이 남녀간의 사랑을 다뤘다면, 동성애와 양성애가 금기시되지 않고 개방화하면서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성장소설을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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