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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비용 12만원, 대체 어떻게 계산한 거야?

입력 2009. 11. 13. 14:29 수정 2009. 11. 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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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최근 서울시 농수산물공사는 올해 서울시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11~12만원 정도 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김장 비용은 20포기(배추 20포기, 무 10개, 고추 3.4㎏, 마늘 2.9㎏, 파 1.2㎏, 생강 600g, 당근 1.2㎏, 굴 600g, 새우젓 2.9㎏, 소금 5.1㎏ 등의 10개 품목)기준이다. 이는 지난해 추산 12만∼14만원보다 10%가량 적은데, 농수산물공사는 그 이유로 "배추·무·젓갈류의 가격이 약세이고 쪽파와 고추의 가격이 안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장 담그는 모습. 속이 꽉 찬 배추를 반으로 잘라 소금 물에 절이고 있다.

ⓒ 김현자

11만원에서 12만원? 많아야 12만원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비용으로 20포기 한가족 김장이 가능할까? 솔직히 명절의 차례 상 비용이나 김장 비용이 이처럼 추산, 발표될 때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어떻게 저런 계산이 나올 수 있지' 언제나 의아했다. 장바구니 실정과 너무 달라 솔직히 도움도 안 될뿐더러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주부로서 어림잡아 아무리 계산을 하고 또 해봐도 추산 비용과 실제 드는 비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나만의 생각일까? 농수산물공사 발표가 있던 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며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대부분 '아직 시장에 나가보지 않았지만 전체 물가를 고려, 어림짐작 계산을 해봐도 이 돈으로 김장은 힘들 것'이라는, '실제 장바구니와 너무 차이가 나서 이런 발표들을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4인 가족 김장, 12만원으로 가능할까?

"넌 그런 발표를 믿니? 나도 십 몇 년 전에는 좀 솔깃하게 들여다보기도 했거든. 그런데 실제로 차이가 너무 심해 이젠 때가 되니까 형식적으로 대충 계산해 발표하는 것 같아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 (직장생활주부, 중학생과 초등학생 고학년 자녀 1명씩 두고 있음)

"그게 뭔 소리야? 어림도 없지. 그냥 그 사람들은 대충 이정도 드니까 형편에 따라 얼마 보태고 빼라고 발표하는 것 아냐?" - (직장생활주부, 고1과 중1 자녀 두고 있음)

"'몇 포기냐?'에 따라 문제는 달라질 수 있지만, 4인 가족이면 아무리 못 잡아도 20만원은 들지 않을까?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싼데 12만원에 김장이 가능하다는 거야? 그런데 몇 포기 기준이래? 20포기? 전에 25포기 하니까 모자라던데? 그리고 다른 반찬들이 비싸서 김치로 만든 것들을 많이 먹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30포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 (30대 전업주부,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 2명 두고 있음)

주변사람들 의견만으론 너무 부족할까 싶어, 최근 김장을 했다는 온라인 카페 회원에게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물었다.

"우리 식구는 다섯인데요. 챙겨줘야 할 사람들이 있다 보니 조금 많이 했어요. 배추(중)으로 40포기-4만원, 소금 20kg 1포대-1만원, 마른고추 11근-9만9천원, 마늘 한관-1만6천원, 생강 1근-5천원, 홍 갓 2단-4천원, 쪽파 2단-6천원, 대파 1단*무 1단*생새우 5근-3만원, 새우젓 2kg-1만원, 멸치액젓 3kg-1만5천원, 양파 큰 것 10개-5천원, 찹쌀 1되-3천원. 돈이 들어간 것은 이것들 외에 별로 없는 것 같네요. 양념이 많이 남아서 갓 5단, 알타리 6단 사서 한통씩 담았네요. 배추 값이 오르기 전이랍니다."

춘천에 사는 50대 주부로 부부와 친정어머니, 20대 자녀 둘이 산단다. 계산한 금액은 24만 3천원. 여기에 금액을 밝히지 않은 대파와 무를 더하면 어림 25만원 정도? 농수산물공사가 밝힌 수치는 20포기 기준이니, 반으로 뚝 자르면 추산 금액을 약간 웃돈다. 그렇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50년 살림 베테랑, 공사 발표 수치를 비웃다

김장철을 앞 두 배추밭. 속이 꽉 찬 배추들이 밭을 가득 채우고 있다.

ⓒ 김현자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이웃에 김장을 한다고 해서 배추를 절이고 있는 70~80대 어르신들께 농수산물공사의 이런 발표를 알려드리며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택(턱)도 없지!"라고 대답하신다. 다른 분들도 "어림도 없다",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싼데 그 돈으로 김장을 해? 아무리 가족이 적어도 그렇지" 등 한마디씩 거들었다. 또 어른신들 말로는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 해먹으려면 아무리 못해도 30포기는 해야 할 거란다.

"어제(9일) 김장한 사람이 배추를 천 원에 샀다는데 그럼 그 돈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뭔 배추가 그리 싸? 그리고 요즘 천 원짜리가 어디 있어? 지난 주에는 좀 쌌다는데 며칠 새 많이 올랐어. 저 배추도 모두 1500원씩 이미 팔렸어. 싸다고 두말 없이 샀다는데?"

70~80대이니 40~50년가량 김장을 해온 분들이다. 이분들은 덧붙인다. "돈 주고 사는 것 외에 집에 있던 양념들을 쓰고 그러다보면 실제로 드는 돈은 훨씬 많다"고. 다른 분들도 끄덕끄덕, 비슷한 말 몇 마디씩을 보탰다.

'김장철인데도 배추가 한통에 1500원이나 하나?' 밭에 있는 배추들이 포기당 1500원씩 팔렸다는 어르신들의 말에 솔직히 속으로 놀랐다. 밭에서 거래되는 배추는 아무리 비싸봤자 1포기 1000원씩이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1500원에 팔 수 있는 이유는 서울 근교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살았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서울에서 1000원 가량에 팔려도 산지에서는 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200~300원에 팔리기 예사, 심지어 더 싸게 팔리기도 했다.

마트 찾아 김장거리 가격 비교해봤더니

배추밭에서 1500원이라면 시장에서는 얼마나 할까, 궁금했다. 그리하여 농협 농수산물이 비교적 싸다는 농협 하나로마트와 대형마트, 재래시장에 가보려고 집을 나섰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농협 하나로마트 파주점(이하 하나로마트). 주차장 쪽에 김장 시장(11.6~11.30)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입구에 김장시장이 개설, 배추며 무를 비롯한 채소들과 젓갈 등 일부 김장 품목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격을 대략 본 후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매장 안에도 김장 시장이 개설되어 있었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발표일인 9일 다음날인 10일 오후 3시, 하나로마트 파주점의 김장 품목 가격은 대략 이랬다.

▲배추 3포기-3300원(23%DC) ▲마른고추 3kg(5근)-4만8천원 ▲다발무(5개) 1단-4500원 ▲쪽파 1단-2500원(小) ▲5000(大)/대파 1단-1600원 ▲청갓 1단-2300원 ▲미나리 1단- 2600원 ▲까나리액젓 3kg-9400원(5kg 10300원) ▲멸치액젓 5kg-9400원 ▲마늘 1망-1만3500원(단위 잘 모름, 양파 소(小)망 크기) ▲생새우 1kg-1만5천원(100g 1500원) ▲굴 100g-2500원.

김장철을 맞아 마트에도 김장거리가 가득하다.

ⓒ 김현자

매장 직원들이나 김장을 위해 장을 보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니, 20포기를 기준으로 할 경우 갓은 2~3단, 미나리도 2~3단, 쪽파와 대파 각각 1단, 다발무 5개 들이 2단이 필요했다. 여기에 파주 농협 하나로마트 김장장에 진열된 포장 마른고추와 액젓, 마늘 등을 넣어 계산하면 14만6700원이 나왔다. 생강과 소금은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다. 찹쌀 풀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성분(아스코르비나아제)이 있어서 김치에 잘 넣지 않는 당근도 포함하지 않았다.

입맛에 따라 가정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에 정확한 비교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제시한 단위 판매가 근본적으로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농수산물공사가 기준으로 정한 10개 품목과 달리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갓이나 미나리를 포함해 계산해보면, 20포기 기준 14~15만원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10% 가량 웃도는 수치다.

단 며칠만에 600원이나 오른 배추가격

파주에 위치한 농협.

ⓒ 김현자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매장 직원 말에 의하면 불과 며칠 전까지 3포기짜리 배추 1망은 3700원(10일 4300원)이었고, 대파는 990원(10일 1600원), 총각무는 1단에 990(10일 2500원) 등으로 훨씬 저렴했다고 한다. 또 농수산물공사 역시 김장이 본격화되는 11월 말에는 오를 거라 예측하고 보면 실제 비용은 훨씬 웃돌지 않을까.

농수산물이 비교적 싸다는 하나로마트가 이 정도인데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는 어떨까? 하나로마트에서 나와 찾아간 곳은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연서시장과 롯데마트. 대한민국 서민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 연서시장과 롯데마트는 손님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경기도 인근이라 서울 북부 외곽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최근 가까이에 뉴타운이 들어섰다.

연서시장의 경우, 10일 오후 5시 현재 하나로마트와 같아 보이는 3포기 배추 1망은 5000원, 낱개로 사면 2000원이었다. 하나로마트에 비해 훨씬 비쌌다. 무는 개당 1000원이지만 5개 다발무는 4500원으로 가격이 같았다. 갓 1단에 2000원(하나로마트는 2300원), 쪽파 1단은 2500원(2500원), 미나리 1단이 2500원(2600원) 등이었다. 10포기 기준 2근은 넣어야 한다는 청각은 1근당 3000원, 생새우나 새우젓, 굴 등은 하나로마트와 비슷했다.

김치를 담그는 모습.

ⓒ 김현자

배추와 무는 롯데마트가 제일 쌌다. 하나로마트나 재래시장과 같아 보이는 3포기 배추 1망 가격은 2970원. 5개 묶음 무 1단은 2990원이었다. 그러나 다른 야채들과 양념은 대체적으로 하나로마트보다 단위가 적은 것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마트가 두 매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야채 코너 잘 보이는 곳에 절임배추 주문 전단지를 붙여놓고 있다는 것이다. 길 건너 재래시장보다 배추와 무는 쌌지만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매장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또한 입맛과 기호에 따라 가감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정확한 비용은 계산할 수 없지만,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대충 계산해도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추산한 가격을 훨씬 웃돈다.

취재 중 대략 30명가량의 사람들을 만났고 동네 이웃이나 친구들 10명 정도에게 물어본 결과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추산한 금액은 어림도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11~12만원으로 절대 김장을 할 수 없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아무리 못 들어도 15만원, 대략 20만원은 들 것이라고 답했다. 12만원가량으로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많은 이들이 '진짜 김장철'인 11월 20일 쯤에는 배추 값이 많이 오를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11월초에 강원도에 내린 눈 때문에 배추 농사를 망쳤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또 농수산물 공사는 10% 인하 요인을 풍작에 두고 있지만 풍작이어서 현지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져도 직거래를 하지 않는 한 실제 소비자 구매가격 차이는 없을 거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물가 내렸다는데,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김치를 담그는 모습.

ⓒ 김현자

취재 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사람 40여명 중 직접 김장 한다는 사람은 15명가량, 1/3에 불과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직접 김치를 담그는 사람이 많았다. 30~40대 주부들 대부분은 시댁이나 친정에서 함께 담가 가져다 먹는다고 답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인기 급상승 중인 절임배추는 젊은 사람들일수록 선호했는데 20~40kg 정도 산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상인들도 이번 발표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한 상인은 "명절 차례 상 비용이나 김장 비용을 시장 현실과 너무 다르게 계산하여 발표해 파는 우리도 골치 아프고 화날 때가 많다"며 "실제로 일반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 나가 시장 조사를 해서 산정해야지 현지나 가락동, 노랑진수산시장 등 도매시장 가격을 기준하여 계산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 기준이어야 현실성 있다"고 덧붙였다.

섬유수출회사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는 결혼 2년차 주부 박아무개(28)씨는 "야채나 반찬 몇 가지만 사도 2~3만원 훌쩍 넘을 만큼 모든 물가가 비싼데 정말 12만원으로 4인 가족 김장을 할 수 있을까?"라며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월급이 오르길 하나, 물가가 내리나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감 없는 이런 발표는 은연중 물가가 내리고 경제가 좋아졌다고 의도하려는 언론 플레이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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