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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조직은 부패.. MB식 국방개혁 시작됐다"

입력 2009. 12. 30. 20:58 수정 2009. 12. 3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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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發 改革바람' 주도 장수만 국방차관

내년부터 국방개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과제이기는 하지만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 중심이 된 개혁 바람이기 때문이다. 군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30일 경제관료 출신인 장수만 국방차관에게 그에 대한 군 안팎의 오해와 진실, 그리고 민간 주도의 국방개혁 청사진에 대해 들었다.

◇장수만 국방차관이 29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내년 국방개혁 추진 방향과 민간인 출신이라 겪은 소회를 밝히고 있다.

#민간인 출신 국방차관과 군 조직의 신경전

장 차관은 지난 1월23일 군 출신이 맡던 국방차관직에 민간인 출신으로 임명돼 군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청와대 실세 차관'이란 닉네임도 붙었다. 군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존재였고, 경제관료이던 그가 국방정책을 얼마만큼 소화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후 이상희 전 국방장관의 서신에 쓰인 '하극상' 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교체되고 장 차관은 국방부에 남았다.

―'그들만의 리그' 속에 낀 불청객으로 비치는데.

"일을 하다보면 갈등을 빚기도 하고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건 민간인이 와서 얼마나 국방부에, 그리고 나라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런 사람을 골라 쓰면 국방은 물론 나라에도 도움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1년 가까이 겪어보니 군 조직은 어떤가.

"국가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다른 어떤 직종의 사람들보다 강하다. 그건 군대가 명령과 충성을 배우고 일사불란함을 몸으로 익혀온 조직이기 때문일 게다. 이게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 조직 내 역동적 변화 등을 주는 데는 모자람이 있을 수 있다. 변화 대응속도가 일반사회, 다른 조직보다 느릴 수 있다는 얘기지."

"사실 군은 의사결정 과정이나 의사결정 그 자체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외부의 견제나 비판이 적을 수밖에 없지. 이에 반해 민간 조직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절한 통제와 제어요소 등이 훨씬 더 많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많겠나."

국방 문민화를 강조한 얘기로 들린다고 되묻자 그는 "그렇다. 목표를 정한 뒤 변화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군은 타 조직에 비해 효율성이 뒤떨어질 수 있다.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선 군 출신만이 아닌 더 많은 민간인들이 국방업무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이상희 전 국방장관과의 갈등 안팎

"지난 일이긴 한데 불편한 얘기 좀 하자"며 이 전 장관과의 갈등을 끄집어 냈다."이미 언론에 다 보도됐는데 굳이 다시 정리할 필요 있겠나"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우리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7.9% 인상해 달라고 했고, 기획재정부는 3. 8% 이상 못준다고 했을 때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7.9%를 요구하는 게 과연 현명한지 한번 드러내놓고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부 전체를 생각할 때) 우리 요구 수준을 좀 낮추는게 맞다는 판단에서였다."라고 말했다.

―당시 갈등이 이 장관은 정부보다는 군의 입장을, 장 차관은 정부 여러 부처 중 하나로 국방을 인식해 비롯된 단순 견해차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예산은 정해진 '파이'가 있다. 우리가 더 가져가면 못 가져가는 분야도 나온다. 그래서 예산은 협상이다. 절대 한번에 결정되는 게 아니다. 수도 없는 밀고 당기기가 이뤄진다."

"이 장관이 장 차관더러 '하극상'을 범했다고 했는데. 인정하느냐"고 대놓고 묻자 그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목표를 무조건 높게 잡아 나가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야. 그냥 무조건 많이 요구한다고 다 얻을 수도 없는데…"라며 에둘렀다.

그러면서도 "'하극상'은 이 장관이 직접 나를 대놓고 언급한 말은 아니야. 남들이 그렇게 볼 수 도 있다는 얘기였지. 나는 하극상에 해당하는 일을 한 적은 없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몇차례 공개석상에 나가서 해명하려다 그만 뒀어…." 감정의 자투리가 남은 탓인지 목청이 다소 흔들렸다.

―많은 군인들이 그때 일을 기억하며 장·차관을 안 좋게 생각한다. 돌아보면 오히려 칭찬받을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요즘도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타낼려고 (장·차관이)국회에 가서 의원들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다 . 그만큼 예산은 수많은 협의와 조정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8월에 내가 청와대 직원들과 한 차례 협의 후에 일방적으로 (국방예산이) 결정됐다고 (장관이) 말해버린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장관과 개인적인 트러블은 없다. 사실 그때 일 언급하고 싶지 않다. 몇년 뒤에나 얘기하고 싶은 사안이었는데, '허허' 이 사람… 다 지난 얘기 꺼내 가지고…. 어쨌든 나는 나대로, 이 장관은 이 장관대로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려다 빚어진 일이라고. 이 정도 선에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장 차관이 이 사안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무거운 분위기를 바꿀 겸해서 경상도 사투리를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곧바로 "촌놈"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국방차관으로 부임한 뒤 군인들의 '견제'를 버틴 기저에도 이런 기질이 깔려 있는 듯했다.

#. 향후 국방개혁 방향은 '실용'

―본론인 국방개혁 얘기 좀 하자. 최근 청와대 지시로 국방분야 전반의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가 국방부 개혁실장으로 입성하면서 차관의 입지가 더 탄탄해지는 것 같은데.

"분명히 짚어줘야 하는 문젠인데. 국방개혁은 누구 혼자 하는게 아니다. 군조직 전체가 같이해야 한다. 언론에서 장수만이가 들어와서 개혁한다 어쩐다 하는데 이런 말은 국방을 진짜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개혁은 조직 스스로 개혁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야 가능하다."

"항간에선 이런 조합을 두고 MB식 군개혁이 드디어 닻을 올렸다고 보기도 한다"며 되묻자 "동의한다. 이명박 정부니까 대통령 생각에 맞춰가는 것이고, 그 구도에 따라 개혁안이 짜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 개혁을 외쳤는데.

" 늘 바뀌어야 하는 거는 맞는다. 정권이 바뀌면 국정철학이 바뀌고. 현정부처럼 실용이나 예산의 효율성을 강조하다보면 바꿔야 할게 더 많이 나오는 거지. 대통령의 생각, 방향을 공감하고 체득하는 사람들이 같이 작동하고 움직여 나가는 노력을 한다는 차원의 이야기라고 이해하면 된다."

―과거에도 내부 지지를 받지 못한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 술렁이는 군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있다면 당연히 다독이고 소통하며 가야 한다. 방법론에선 조금씩 생각이 다를수 있지만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접점을 찾아가면 된다. 공무원 조직이 행시 출신으로만 채워져야 한다는 생각은 엄청 위험하다. 특정고, 특정대로만 모여 있는 조직은 절대 잘 안 된다. 이런 순혈주의가 팽배하면 조직은 ?는다. 군도 마찬가지다. 직업군인 출신으로만 꽉 채우면 시야가 좁아진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바람직한 조직이 되기 힘들다."

인터뷰를 마치며 "국방장관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냐"고 넌즈시 던져봤다. "공직은 자리가 중요한게 아니다.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장관이면 어떻고 실장이면 어떤가…, 자리보다 무슨 일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며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고 본다." 원론적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말조심하는 대부분 고위 공무원들과는 사뭇 달랐다.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었다.해병대 출신으로 강력한 업무추진력과 뚝심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무 추진 스타일이 이 대통령과 닯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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