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777 손톱깎이 "새해엔 제2신화"

입력 2010. 1. 3. 22:09 수정 2010. 1. 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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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짝퉁에 밀려 좌절도 있었지만 재기 다짐위생관념 확 바꿀 '1회용 날' 등 신개발 박차

"영광은 과거의 일입니다.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새 출발해야 합니다. 경인년에 또 다른 신화를 써 냅시다. 파이팅."

지난해 12월 31일. 충남 천안의 손톱깎이 회사 쓰리쎄븐 강당. 새해를 몇 시간 앞두고 열린 종무식에서 김상묵(50) 사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오른손을 치켜 세우자 100명 넘는 직원들이 힘껏 목청을 키웠다. 영하 15도를 넘는 강추위로 바깥은 꽁꽁 얼었지만 강당안은 비장함과 열기로 가득했다.

세계 손톱깎이 둘 중 하나는 '777'

2000년대 중반까지 세상 사람들이 쓰는 손톱깎이 둘 중 하나는 '777' 상표가 새겨져 있었다.

2000년 중국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관영 CCTV에 나와 쓰리쎄븐 손톱깎이를 들고 "외국제품은 품질이 훌륭한데 우리 제품은 왜 안 됩니까"라며 핏대를 세웠다.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로만 지몬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뛰어난 기술로 최고 품질 제품을 만들면서도 일반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강한 중소기업 중 하나로 쓰리쎄븐을 꼽았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부대 잡화를 팔던 고 김형규 회장은 1976년 대성산업을 차렸다. 처음에는 손톱깎이의 원조 미국 '트림(trim)'사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조회사였지만 '777'이라는 독자 상표를 쓰고 80년대 중반 손톱깎이 세트를 개발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중국의 시장 개방과 함께 기회를 잡았고 트림사가 손톱깎이 생산을 접으면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세계 90개 이상 나라에서 팔리고 이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중국 공장도 세웠다. '777'을 둘러싼 미 보잉사와 상표권 분쟁에서 이기면서 유명세도 탔다.

좌절의 시간

하지만 2001년 343억 원 매출을 올린 이후 2002년 305억, 2003년 302억 원으로 주춤했고 그 다음 해부터 내리막이었다.

중국의 '짝퉁'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중국현지에서 불법 복제품을 모두 사들여 용광로에 녹여버렸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 였다.

김 사장은 "중국 저가 제품이 갈수록 품질이 좋아져 바이어들이 중국 자체 브랜드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팔리는 손톱깎이 10개 중 8~9개는 가짜 '777' 제품이다. 게다가 철강재 값이 오르면서 값을 올리자 국내 매출도 추락했다.

위기 탈출을 위해 2005년 137억원을 들여 세포치료제 전문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를 노렸지만 자충수였다. 김 사장은 "생각보다 투자 금액이 늘어나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상속세라는 암초도 나타났다. 김 회장은 2006년부터 1년 동안 쓰리쎄븐 주식 240여 만 주(370여억 원 어치)를 크레아젠과 임직원, 가족에게 증여했는데 그런 김 회장이 2008년 1월 작고했다.

현행법에는 증여자가 5년 이내에 사망하면 상속세를 내야 했고 임직원과 유가족은 15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물기 위해 회사 지분을 국내 제약사로 넘겼다. 그리고 1년 반 만인 지난해 10월 16일 김 사장을 포함한 고 김 회장의 유가족들이 되찾아 왔다.

또 다른 신화를 쓴다

김 사장은 이날 "겉모습에 신경 쓰던 과거의 모습은 완전히 벗어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뜻에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 게 오히려 좋은 기회라 했다.

그 동안 숫자(매출)에 얽매이다 보니 손해를 감수하고서 해외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았지만 이젠 철저히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회사를 꾸릴 계획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특히 혁신 제품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온 가족이 손톱깎이 하나를 돌려 쓰지 않고 자기 만의 손톱깎이를 가질 수 있도록 '1회 용 날'을 개발, 특허 출원 중"이라는 그는 "쓸 때마다 찜찜했던 손톱깎이의 위생 관념을 뒤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끝을 한 번 더 깎는 등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ㆍ개발도 병행하고, 명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시장 개척을 위해 아프리카, 인도 등도 적극 찾아 나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잠시 성공에 취해있던 과거를 잊고 경인년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천안=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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