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이버 봉이 김선달' ESTA대행 극성

입력 2010.01.04. 15:49 수정 2010.01.0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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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서비스 불구 대행 수수료 2∼3만원씩 챙겨美 '사기꾼' 규정… 당국선 "규제 어렵다" 뒷짐만

지난해 9월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김승근씨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연달아 두 통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내용인즉 "공짜인 미국 전자여행허가(ESTA) 수속을 대행해 준다며 2만∼3만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인터넷 사기업체에 당한 것으로 보이니 꼭 신용카드사에 환불 요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이처럼 '사기꾼(imposter)'으로 규정한 ESTA 대행 사이트들이 국내에서 여전히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취재 결과 한 사이트에서만 매달 500∼600명의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ESTA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비자면제국이 된 2008년 11월부터 가능해진 서비스다.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전자여권 소지자라면 누구나 출국 72시간 전까지 미 국토안보부 전자여행 허가 사이트(https://esta.cbp.dhs.gov/)를 방문해 이름과 여권번호, 주소 등만 입력하면 짧은 시간 안에 무료로 미국 방문 허가를 받을 수 있다.

ESTA는 워낙 간단하고 한글로 서비스돼 사실상 대행할 부분이 없다. 그런데도 일부 사이트는 주요 포털 검색에 ESTA만 검색하면 자사 광고 링크가 맨 상단에 나타나도록 하는 수법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과 양식을 베끼고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건당 2만∼3만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미 정부가 인터넷 사기로 규정하고,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지만 외교통상부와 경찰청 등 정부 당국은 "각 업체가 홈페이지에 대행 서비스란 점을 밝힌 이상 '사기'라고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들은 '대행 서비스'라는 사실을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ESTA가 원래 무료이며, 직접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 등은 관련 정보에서 빼놓고 있다.

미 정부는 "ESTA 대행 사이트 이용자들은 카드 사기 범죄의 피해자이자 여권번호, 생년월일 등 중요 개인정보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며 "대행 사이트 이용자들은 카드사에 환불을 요청해야 하고, 카드사들은 전액 환불해 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ESTA 대행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피해자가 속출하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고 국내 카드업체들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 미 정부 조언대로 김씨가 환불을 요청한 A카드사의 경우 이틀간 검토한 끝에 "불법은 아니지만 수수료 부과 근거가 없는 업체인 만큼 고객 요청시 전액 환불하고, 앞으로는 ESTA 대행업체에 대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씨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행 사이트 이용자들은 반드시 카드사에 환불을 요청하고, 정부나 미 대사관도 피해 방지를 위해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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