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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약육강식..'짱' 되기 위해 습관화

입력 2010. 01. 24. 22:10 수정 2010. 01. 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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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감대 형성·스트레스 해소 수단

"욕 할때와 안할때 구분해줘야"

교사 눈에 비친 청소년 욕문화

"운동장에서는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창문 열면 남자애들 야구하면서 '야, 이 씨××아' 하는 소리가 막 들리고, 학교에 선생님들 다 있는데도 '이 씨××끼' 하면서 온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그래요."(신복초 제솔지 교사)

학생들은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만 욕하는 학생들이 교사들한테는 골칫거리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학급 운영을 고민하는 참여소통교육모임(참통)의 교사들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욕하는 제자들을 이해하는 방식은 여느 교사들과는 많이 달랐다. 지난 15일 아침, '청소년 문화의 이해'라는 강의가 열리는 참통의 겨울 연수 현장을 찾았다.

교사들은 우선 청소년이 욕을 하는 원인을 환경에서 찾았다. 동부초등학교의 백승아 교사는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어 있다"며 "요즘은 인터넷만 해도 그렇고, 욕을 사용하는 환경에 너무 쉽게 노출이 되어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노출된 욕은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학생들 사이에서 습관화한다. 남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욕을 섞어 쓰면 남학생들이 자신에게 더 쉽게 다가오더라는 천천중학교의 김진영 교사는 "아이들이 욕을 해야지만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욕은 교실 안에서 권력을 잡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제솔지 교사는 "우리 반에서 싸움 제일 잘하는 아이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욕 잘하는 애를 꼽는다"며 "아이들 사이에서도 권력구조가 있고, 그런 권력구조를 더 공고히 하는 것이 욕"이라고 한다.

제 교사는 아이들이 욕에 중독되는 이유 역시 여기서 찾았다.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아이는 욕을 쉽게 그만두지 못해요. 다른 아이들도 그 아이를 보고 배우면서 2등, 3등이 생겨나는 거고요." 이날 강의를 맡은 청소년문화공동체 십대지기의 박현동 사무총장 역시 "학교도 사회인 만큼 약육강식의 법칙이 통한다"며 "다른 아이가 자신을 무시하는 걸 막기 위해서 욕을 사용하는 잘못된 문화가 욕의 사용을 더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통의 교사들은 특히 청소년이 하는 욕을 교사에 대한 비난이나 반발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수원북중학교 김선산 교사는 "자기가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던 거고, 그 분노를 참지 못할 정도로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데 그건 청소년 시기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럴 땐 우선 그렇게 분노했던 상황에 대해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동 사무총장도 "학생들이 욕을 할 때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난하면서 쓰지 말라고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며 "욕을 왜 했는지에 대한 상황파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무조건 욕을 금지하기보다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승아 교사는 "어른들도 화나면 혼자 욕을 할 수 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런 파괴적인 언어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며 "욕을 할 때와 안 할 때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교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희(발산중 2년), 윤고운(산마을고 2년) <아하!한겨레> 2기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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