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권고는 행정명령에 해당"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가 결정하는 '권고' 등 조치도 행정명령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방통심의위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방통심의위는 스스로를 '민간독립기구'로 규정, 이 기관이 내린 결정은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갖는다고 밝혀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장상균 부장판사)는 12일 최모씨가 방통심의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위원회가 2009년 4월24일 게시글에 대하여 한 삭제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환경운동가인 최씨 2006~2008년 자신의 다음(DAUM) 블로그에 국산 시멘트의 위험성을 알리는 58건의 글을 올렸다. 한국양회공업협회 등은 방통심의위에 최씨 글에 대한 심의를 신청했고, 위원회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삭제를 요구했다. 글은 곧 삭제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글을 쓴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글을 삭제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주목되는 것은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방통심의위를 '행정청'으로 처음 인정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은 그동안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인터넷 글의 불법성을 판단하며 사실상 검열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위원회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로서 결정은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질 뿐"이라고 반박해왔다. 법원도 과거 방통심의위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삭제조치 소송이 들어왔을 때는 '(행정명령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각하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방통심의위는 대통령이 위촉하는 9인으로 구성되는 점, 위원들은 국가공무원법상 신분이 보장되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3인은 상임으로 임명되며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는 점 등을 보면 합의제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통심의위의 요구를 행정처분으로 보아 글을 쓴 이가 삭제요구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항고소송으로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이 직접적인 권리구제 수단이 된다"면서 "결과적으로 개인의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더욱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 게시물뿐 아니라 방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MBC <pd첩> '4대강과 민생예산' 편에 대해 균형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며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MBC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됐지만, 대응방법이 없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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