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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디자인 전문가들 서울 둘러보니

입력 2010. 02. 25. 17:57 수정 2010. 02. 2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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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디자인수도 서울◆

"광화문광장은 세종대왕상이 위압적이어서 샌드위치를 들고서 쉬러 오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광장이 도로 한복판에 있어 시민 안전도 걱정된다." "서울은 곳곳이 공사판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 디자인은 속도전이 아니고 시민들과 소통을 통해 인내를 갖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외국 도시디자인 전문가와 실제 디자인행정을 담당하는 주요 국가 시장 눈에 비친 서울의 도시디자인이다.

24일 오후 2시, 지난 23일부터 이틀 간 일정으로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디자인도시 서밋' 마지막 행사로 '서울디자인투어'가 마련됐다. 각국 시장 등 투어에 참가한 17개국 도시 대표 90명은 영상 17도가 넘는 포근한 날씨 속에 투어에 나섰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서울의 디자인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서울의 디자인도 나름대로 개성이 있지만 세계적 도시와 비교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크게 부족하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대표단은 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 광화문광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삼성전자 전시관인 삼성딜라이트 순으로 방문했으며 전체 코스를 돌아보는 데 5시간 정도 소요됐다. 여러 언어가 난무하는 관광버스에 몸을 실은 각국 대표들 표정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첫 코스인 서울역사박물관에 도착한 대표단들은 3층 도시모형영상관에서 1500분의 1로 축소한 서울 전체를 내려다보며 '서울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담은 15분짜리 영상을 감상하고 1층에서 '서울디자인자산전'을 둘러봤다.

바베테 페트르스 독일 함부르크 대표는 "정보기술(IT)을 통해 도시 전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인상적"이라면서도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 작은 것들이 도시 디자인과 직결된다. 한국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음 코스는 서울시가 대표적인 공공디자인 자산으로 내세우는 청계천과 광화문광장 투어였다. 그런데 버스는 눈깜짝할 사이에 세종로를 빠져나갔다. 광화문광장을 알거나 봤다고 말하는 대표단이 드물었다. 청계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대부분 한국을 처음 방문해 청계천과 광화문광장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드물게도 헬렌 포토플로스 캐나다 몬트리올 부시장은 투어 전에 청계천과 광화문광장을 직접 가 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청계천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즐겁게 산책을 하고 연인들이 사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포토플로스 부시장은 "광화문광장은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동상이 압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 찍기엔 좋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도시 디자인을 형성하는 데 있어 시민들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메세 드 미구엘 네덜란드 로테르담 개발 프로젝트 책임자는 "광화문광장은 역사의 물길이 인상적이었지만 더 나은 시민 공간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 나무를 더 많이 심어야 하고 광장이 도로 한복판에 있으므로 어린이들이 양옆에 왔다 갔다 하는 차를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지하와 연계성을 강화하는 디자인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을 찾아 2011년 완공 예정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프로젝트(DDP)를 소개했다.

미프타 루야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시계획ㆍ환경국장은 "자카르타는 도시디자인 계획이 서구식에 함몰돼 '현대'만을 고집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서울은 나름대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반면 게르하르트 러시 오스트리아 그라츠시 재정위원회 위원장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서 디자인 포인트가 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며 "포인트가 뭐냐"고 되물었다.

이를 포함해 투어코스 곳곳에서 펼쳐진 공사판 모습은 이들 모두에게 매우 생소한 풍경이었다. 독일 함부르크 대표는 "서울 도시 디자인에서 '많은 것을 원하는' 야심이 느껴졌다"며 "도시에서 많은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보다 직접적으로 유럽에서는 도시 디자인 하나 바꾸려고 해도 정부 계획과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귀띔했다. 아오키 다케시 일본 마나즈루 시장도 "서울시는 시민 삶의 질을 바꾸기 위한 계기를 여기저기 마련해 놓은 것 같지만 디자인이 목적인지 수단인지를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며 "톱 다운(Top-down)이 아니라 시민들 요구가 반영돼고 참여할 수 있는 보텀 업(Bottom-up) 방식으로 도시 디자인이 이뤄져야 된다"고 질타했다.

도시 디자인은 시민들에게 꿈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 그는 "일본에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조성이 잘돼 있는데 한국에는 아직 턱이 많은 것 같다"고도 했다. 원거주민이 배제된 디자인 프로젝트는 아닌지도 염려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부시장도 기자에게 귀엣말로 "공사가 진행되면 기존에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 어디에 살고 있으며 잘 살고 있느냐"고 물어왔다. 디자인이 시민 삶을 파괴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안전망을 전제한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단은 한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아오키 시장은 "한강 같은 강이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도시는 많지 않다"며 "한강을 도시 디자인에 잘 활용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2012년 세계디자인 도시'로 뽑힌 헬레나 히보넨 핀란드 헬싱키 예술디자인대학교 총장은 색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색 10가지 중 단청빨강색이 인상적이었다"며 "도시 정체성을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에 (한국)역사를 반영하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배한철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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